[기고]K-인증으로 데스밸리(Death valley)를 극복한다

머니투데이 진종욱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원장 2023.12.1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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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욱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장진종욱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장


데스밸리(Death valley)! 데스벨리는 미국 모하비 사막 북부, 캘리포니아 동부에 있는 사막이다. 1849년 골드러시 당시 붙여진 '굿바이 데스밸리(안녕 죽음의 골짜기)'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경영학적으로는 스타트업이 창업을 시작했으나 자금조달이나 판로 확보를 하지 못해 존폐의 위기에 놓이거나 사라지는 시기를 의미한다.

기업은 연구개발(R&D)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신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제품에 적용해 시장에 출시한다. 이런 신기술은 사업화가 돼 소비자에게 연결되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에 봉착한다. 신기술 상용화에 필요한 자금조달 실패하거나 개발된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또는 어렵사리 제품을 상용화했더라도 초기 판로지원이 막혀 애써 개발한 신기술이 사장되는 등 여러 난관이 있을 수 있다. 기업은 이러한 사업화 과정에서 데스밸리의 함정에 빠져 어려움을 겪는다.



기업이 데스밸리에서 탈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몇 가지 대안 중 법정인증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정인증제도는 강제인증과 임의인증으로 구분되는데 올해 12월 기준으로 247개(강제 인증 149개, 임의 인증 98개)가 시행 중이다. 강제 인증은 제품 출시를 위해서 법적으로 반드시 받아야 하는 인증으로 대표적으로 KC 인증이 있다. 임의인증으로는 신기술(NET: New Excellent Technology), 신제품(NEP : New Excellent Product), 벤처기업 인증 등이 있다.

여기서 국내 기업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임의인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기술(NET)·신제품(NEP) 인증은 제품의 기술력 입증과 기업 이미지 향상 효과 등을 통해 선도기업의 수요를 유발한다. 이를 통해 기업의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을 유도하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온다. 정부에서는 공공구매제도 등을 통해 수요기관의 구매를 촉진하는 한편 전국 공공구매 설명회와 다양한 상담회 등을 개최해 국내시장 판로지원의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으로 2022년도 NEP 제품의 수요기관 매출액은 2845억원으로 2021년 2438억원 대비 16.7% 상승했다. 최근 5년간 가장 저점이었던 2018년 2098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35.6%나 상승한 것이다. 특히 인증기업과 공공기관 간 맞춤형 상담회를 통해 공공기관이 필요로 하는 실제 사업이나 설계에 반영해 인증제품의 매출이 200% 이상 증가하는 사례도 발생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오는 13일 신기술(NET)·신제품(NEP) 인증의 한 해 성과를 마무리하는 행사인 신기술 실용화 촉진대회를 개최한다. 어느덧 27회를 맞이하는 이번 촉진대회는 신기술 실용 및 판로를 지원한 기업과 인재들을 격려하기 위해 은탑산업훈장 등 13개의 정부포상과 34개의 장관 표창을 수여하는 뜻 깊은 자리다.

이번 대회에서는 인증기업 투자유치 활성화 협약식을 통해 기존 판로지원 중심 정책을 넘어 기업이 자생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기업이 적시에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인증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간담회에서는 현(現)인증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새로운 인센티브 발굴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번 행사가 국내 기업 기술혁신과 성장 발판을 다지기 위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국표원은 다가오는 2024년에도 국내 스타트업 및 유망기업이 데스벨리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제도를 정비하는 동시에 데스밸리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할 예정이다. 우리 기업을 위한 K-인증 지원 정책을 활용한다면 기업 생존율이 극히 낮아지는 구간인 데스벨리를 극복하고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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