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삐뚤어도, 얼굴 비대칭이어도 OK" 맞춤형 안경 처방 시대 올까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3.12.05 18:08
글자크기

맞춤형 안경 브랜드 브리즘 "안면 비대칭 환자 대상 연구 진행 중"
성장기 안면 비대칭 환자 대상, 맞춤형 안경 처방·급여화도 기대

5일 열린 브리즘 기자간담회에서 박형진 콥틱 대표가 우리나라 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브리즘 5일 열린 브리즘 기자간담회에서 박형진 콥틱 대표가 우리나라 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브리즘


다운증후군, 선천성 반안면 왜소증. 이들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공통점은 '안면 비대칭'이다. 얼굴 앞면, 콧대부터 양쪽 귀까지의 거리가 다른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은 그동안 자신만을 위한 안경을 사실상 포기해야 했다. 기성 안경엔 일명 '짝짝이 안경'이 없어서였다. 이런 환자를 위해 최적화한 안경을 만드는 개인 맞춤형 안경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안경 제작 서비스는 상용화한 상태다.

콥틱(대표 성우석·박형진)의 퍼스널 아이웨어(개인 맞춤형 안경) 브랜드 브리즘은 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런칭 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이웨어테크 기업으로서의 내년도 비전을 밝혔다. 브리즘에서만 구축할 수 있는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눈 상태에 최적화한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콥틱이 2018년 런칭한 브리즘은 국내 최초로 3D프린팅 안경 설계·제작 기술을 확보하고 사람마다 다른 얼굴 모양, 미간 너비, 코 높이, 귀 높이 등을 고려한 개인 맞춤형 안경을 만들어왔다. 1대당 4억원대의 3D프린터를 들여 맞춤형 안경을 제작하는데, 지난 5년간 5만여 명이 브리즘에서 3D 프리틴 기술 등을 적용한 맞춤형 안경을 만들었다. 이로 인한 누적 판매액은 150억원 규모다.

(왼쪽부터) 브리즘 박형진 대표, 브리즘 성우석 대표, 서울대 안과전문의 서종모 교수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브리즘의 내년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브리즘(왼쪽부터) 브리즘 박형진 대표, 브리즘 성우석 대표, 서울대 안과전문의 서종모 교수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브리즘의 내년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브리즘
이날 박형진 콥틱 대표는 "안경은 인류 역사상 13세기에 처음 나왔지만, 렌즈를 줄에 매단 방식이었다면 지금처럼 직접 착용하는 프레임의 안경이 개발된 건 1727년"이라며 "300년이 넘었는데도 지금의 프레임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모두 기성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누구나 깨끗한 시력을 가질 권리가 있다. 안경에 사람의 얼굴을 맞추는 게 아닌, 사람의 얼굴에 안경이 맞춰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5년 전 브리즘을 런칭한 것"이라며 "현재 안면 데이터 스캔 기술, 맞춤형 안경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서울대병원과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중격(코뼈)이 뒤틀려 기성 안경 제품을 착용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맞춤형 안경을 처방해 제공하고, 착용감 개선과 시력 교정 효과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는 것. 브리즘은 이번 연구를 통해 비중격 뒤틀림 환자의 사례별로 시력·착용감 등에 최적화한 안경 설계 데이터를 모으고, 시력 교정 효과까지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서울대 안과전문의인 서울대 공대 전기정보공학부 서종모 교수가 브리즘의 3D 기술을 활용해 안검경련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글래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브리즘서울대 안과전문의인 서울대 공대 전기정보공학부 서종모 교수가 브리즘의 3D 기술을 활용해 안검경련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글래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브리즘
서울대병원에서의 연구 지휘봉은 서울대 안과전문의인 서울대 공대 전기정보공학부 서종모 교수가 잡았다. 서 교수는 브리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 교수가 이끄는 연구실에선 착용하기만 하면 안검경련(눈 주위가 떨리는 증상)을 진단할 수 있는 '스마트 글래스'를 브리즘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서종모 교수는 "브리즘은 얼굴 모양을 반영해 광학적·의학적으로 렌즈가 항상 최적의 위치에 올 수 있도록 맞춤 안경을 설계하고 생산까지 할 수 있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며 "브리즘과 협업해 첨단의공학 기술과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을 접목한 기기를 함께 개발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서 교수는 브리즘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향후 다운증후군, 선천성 반안면 왜소증 환자 등 안면 비대칭으로 기성 안경을 쓰지 못하는 성장기 환자군을 대상으로 맞춤형 안경을 보장구(이동을 도와주는 보조공학 장치)로 처방하는 방법을 살피고 있다. 마치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약국에서 타는 것처럼 맞춤형 안경을 처방받으면 브리즘 매장에서 제작하는 방식이다. 서 교수는 "저시력 보장구의 경우 보험 급여를 적용 받을 수 있어, 비대칭 안경이 보장구로서의 유용성을 인정받는다면 해당 학생들의 금전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안경은 얼굴 형태, 광학적 특성을 고려해 착용해야 시력 교정에 도움 된다. 하지만 그동안 스스로 얼굴·눈 특성에 맞는 안경을 선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브리즘은 개인 맞춤형 안경을 제작할 때 측정했던 안면 데이터와 시력검사 결과를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고, 안경과 시력 상태를 DB화해 점검할 수 있는 리포트 2종을 출시했다. 안면 데이터를 반영한 안경테 설계 정보를 보여주는 '프레임 리포트', 시력검사 결과를 도식화해 시력 문제를 알기 쉽게 보여주는 '비전 리포트'로 구성됐다.



프레임 리포트. /사진=브리즘프레임 리포트. /사진=브리즘
먼저 프레임 리포트를 통해서는 3D 스캔으로 측정해 추출한 안면 데이터 18개가 개인 맞춤 안경 설계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눈과 렌즈까지의 최적 거리(12㎜)를 기준으로 얼굴 너비, 눈동자 사이 거리, 눈에서 귀까지의 거리와 각도 등 브리즘 안경 제작에 활용한 안면 데이터를 그래픽과 숫자로 쉽게 설명한다.

비전 리포트. /사진=브리즘비전 리포트. /사진=브리즘
비전 리포트는 시력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력 상태를 도식화해 근시·원시·난시·노안 등 시력 문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리포트다. 시력 1.0 수준으로 교정하기 위해 필요한 '완전 교정 도수', 가까운 사물이 잘 보이지 않는 근거리 불편안(眼)의 심한 정도를 설명하는 '가입도' 등 현재 눈 상태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비전 리포트를 통해 개인의 생애 주기에 따른 시력 변화를 DB화해 변화 추이에 따른 시력 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내년 상반기 브리즘 전 지점에 적용한다는 전략이다.

브리즘은 그 동안 구축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내년 1분기 이내에 미국 뉴욕 맨해튼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어 하반기에는 미국 온라인 안경 시장을 목표로 브리즘의 모든 기술이 모바일로 구현되는 앱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미국 안경 산업은 100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시장으로, 인종의 다양성으로 얼굴 형태·크기에 따른 개인 맞춤형 안경에 대한 수요가 높다.



박형진 브리즘 대표는 "지난 5년간 안경 산업에 첨단 기술을 도입해 초개인화 안경을 선보였고, 소비자 상담과 검안, 생산까지 기존과 차별화한 사업구조를 완성했다"며 "누구나 최적화한 시력 교정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고 브리즘이 세계인의 생활과 인식 속에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