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홍콩 ELS 가입자 20%, 65세 이상…90%가 재투자자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김남이 기자 2023.11.3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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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홍콩 ELS 가입자 20%, 65세 이상…90%가 재투자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의 2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은행 ELS에 가입한 투자자의 90% 이상은 투자경험이 있는 재투자자여서 '피해자'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함께 나온다. 5대 은행이 H지수 ELS판매를 중단하거나 중단 예정인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내부통제가 제대로 갖춰졌다면 판매금지 조치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ELS 가입자 2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1년부터 14조원 규모로 판매된 H지수 ELS 가입자의 2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ELS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으로 장기간 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고위험 파생상품이다.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고령자에겐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실제론 가입자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9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노후대비 목적으로 만기 해지된 정기예금을 재투자하고 싶어하는 70대 고객에게 수십%의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고위험 상품을 권유하는 것은, 설명했는지 여부를 떠나 권유 자체가 적정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실제 금감원에 접수된 H지수 ELS 민원 35건 중 12건은 고령자 민원이었다.

이 원장은 특히 은행이 고령자에게 ELS를 팔면서 '적합성의 원칙'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적합성의 원칙이란 금융회사가 금융상품을 권유할 때 소비자의 재산, 투자경험 등을 사전에 분석해 소비자의 성향에 맞는 상품을 권유할 의무를 말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은행들은 유효기간 1년의 투자성향평가를 해야 한다.



은행이 투자성향평가와 무관하게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하면 불완전판매 배상때 고령자 경우 5~15%포인트(p)의 추가적인 배상을 받을 수 있다. 2019년 해외 금리연계파생상품(DLF)의 분쟁조정 손해배상 사례를 보면 만 65세 이상은 5%p, 80세 이상은 10%p가 가산됐다. 자본시장법상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고난도 상품을 판매할 때는 녹취도 해야 하는데 이같은 보호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 추가적으로 5%p가 붙는다. DLF의 경우 기본 배상비율 55%에 최고 80%의 손해배상 결정이 내려졌다.

은행 가입자의 90%, 투자경험
하지만 고령자 대부분이 ELS 가입 경험이 있는 재투자자라는 점에서 문제가 복잡해질 전망이다. 은행별로 가입자의 90% 이상이 1회 이상 투자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경우 불완전판매라고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 분쟁조정시 배상액도 최대 10%p 깎인다. 예컨대 투자경험 3회면 5%p, 10회면 10%p 차감된다. 또 파생상품 손실을 경험했다면 10%p가 추가로 깎인다. 아울러 투자상품 이해도가 있다면 10%p 배상액이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고령자라고 해도 투자 경험이 있으면 손해배상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번 ELS에 가입한 투자자는 만기에 수익을 내면 다시 같은 상품에 재가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라면 ELS가 원금손실이 나는 상품인지 몰랐다고 주장하기 애매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5대 은행이 H지수 ELS 판매를 중단했다. 이와 관련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은행이 내부통제를 갖추고 있다면 ELS 판매는 문제 없다"며 "비예금 상품 판매시 지켜야 할 절차를 강화하고 자통법상 규율 체계를 강화하고, 금융소비자법을 강화해 그 범위 내에서만 판매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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