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타자 출신인데도..." 자책한 두산 이승엽, '양석환 잔류'가 그래서 더 간절하다

스타뉴스 안호근 기자 2023.11.2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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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승엽 감독(오른쪽)과 양석환. 두산 이승엽 감독(오른쪽)과 양석환.


"내가 타자 출신인데도 불구하고 타격적으로 많이 부진했기 때문에..."

지도자 경험이 전무했던 '전설의 홈런왕'의 감독 첫 시즌에 대한 평가가 갈린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지난해 9위에 머문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며 성공적이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아쉬운 부분들도 보였다.

그 중 하나는 타선의 부진이었다. 올 시즌 두산은 팀 타율 0.255로 이 부문 9위에 머물렀다. 평균자책점(3.92) 3위에 머문 것과 대비됐다. 타선의 힘을 바탕으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과거의 위력은 완전히 사라졌다.



전설적인 '홈런왕'이기에 타선의 힘만큼은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시즌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초라하기만 했다.

지난달 17일 SSG 랜더스와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만난 이 감독은 "올 시즌 타격 지표가 굉장히 낮았다. 수치가 그러다 보니까 선수들에게 (잦은) 작전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득점력이 적다 보니까 힘들게 경기를 했다"며 "나도 타자 출신인데도 불구하고 타격적으로 많이 부진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조금 더 선수들을 독려하지 못했다는 게 사실은 실수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 /사진=뉴스1이승엽 두산 감독. /사진=뉴스1
이어 "바로 내년 준비를 하면서 올해 이 하위권에 있는 수치를 상위권으로 올려야 한다"고 개선점으로도 타격 반등을 꼽았다. 5위로 진출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패한 뒤 "되돌아보면 타선에서 약점이 많이 보였다. 득점권이나 전체적인 팀 타율, 타점, 득점력 등. 수치상으로 가장 하위권에 있어 투수들도 굉장히 힘들게 한 시즌 보냈다"고 원인을 꼽았다.

시즌 종료 후 이어진 있는 마무리 훈련에는 1군 선수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이 중엔 내야수 강승호와 박계범, 박준영, 이유찬과 외야수 김인태 등은 물론이고 '잠실 홈런왕' 출신 김재환(35)도 있었다.

김재환은 2023년 타율 0.220, 10홈런, 46타점에 그쳤다. 2008년 두산에 입단했지만 오랫동안 꽃을 피우지 못하던 김재환은 2016년 37홈런을 때려내며 화려하게 비상했다. 2018년엔 44개의 아치를 그리며 홈런왕에도 올랐다. 이듬해 15홈런으로 주춤했으나 여전히 뛰어난 타격을 보였고 완연한 내림세에도 지난해까진 23홈런을 날리며 팀 타선에 큰 도움을 줬다.


그러나 올 시즌엔 시즌 내내 갈피를 잡지 못했다. 같은 좌타 홈런왕 출신 이승엽 감독 부임으로 반등 기대를 키웠고 이 감독도 '김재환 부활'을 두산의 시즌 반등 기대 요소로 꼽았지만 김재환은 사령탑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올 시즌 부진에 빠졌던 두산 김재환.올 시즌 부진에 빠졌던 두산 김재환.
팀 내 최다 홈런인 21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보낸 양석환(32)의 힘이 컸다. LG 트윈스에서 데뷔해 2021시즌을 앞두고 두산으로 이적한 양석환은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날리며 두산의 중심 타선을 든든히 지켰다. 올해에도 타율 0.281에 21홈런 89타점으로 제 역할을 해냈다.



그렇기에 이번 스토브리그 자유계약선수(FA) 타자 최대어로 꼽히는 양석환은 두산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꼽힌다. 이번 FA 시장에 나온 19명의 선수 중 양석환은 단 3명에 불과한 A등급이다. 타자로는 유일하다.

홈런 5위에 오른 우타 거포 내야수는 시장에 귀하다. 양석환을 노릴 팀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그러나 FA 시장이 개장하고 5일이 지나도록 양석환과 관련된 소식은 잠잠하다.

지난 22일 2차 드래프트가 열렸다. 두산의 뒷문을 책임진 홍건희(31·A등급)도 있고 가급적 둘 다 잡겠다는 기조로 이제 협상 테이블을 차리겠다는 두산이지만 오버페이는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어 팬들로서는 불안감이 커진다.



둘을 모두 잔류시키는 게 내년 반등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은 내년 타선의 반등을 제1과제로 꼽았다. 이 감독도 '집토끼'들의 잔류를 희망하고 있다. 타선의 반등을 위해서 리그 내에서도 희귀한 거포 내야수만큼은 반드시 잡아야 할 필요가 있는 두산이다.

FA 시장에 나온 양석환. /사진=두산 베어스FA 시장에 나온 양석환. /사진=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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