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美에 5.5조원 벌금 내고 CEO 사임…시장 출렁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3.11.2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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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자오 창펑 최고경영자(CEO)가 돈세탁 및 제재 위반 등에 대한 범죄 혐의와 관련해 미국 당국과 수사 및 소송을 종결하는 포괄적 합의를 맺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바이낸스는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지만 43억달러(약 5조5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벌금을 물게 됐다. 또 자오는 5000만달러 벌금을 내고 CEO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낸스 창업자인 자오는 이날 시애틀 연방법원에 출석해 유죄를 인정하고 CEO직에서 물러났다. 자오는 바이낸스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지만 회사 경영에 관여할 수 없다. 아울러 자오는 양형 지침에 따라 최대 18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대한 선고는 6개월 연기됐다.



자오의 후임은 전부터 자오의 후계자로 꼽히던 리처드 텅 바이낸스 지역시장 책임자가 맡기로 했다. 아울러 바이낸스는 규정 준수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3년간 독립적인 모니터링 기관을 두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 재무부, 법무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바이낸스를 상대로 제기한 각종 혐의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이로써 미국에서 바이낸스를 상대로 한 모든 범죄 혐의가 해결되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만 지난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바이낸스를 상대로 난 증권법 위반 소송은 이어진다. 바이낸스는 가상자산이 SEC가 감독하는 투자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SEC와 소송을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바이낸스에 대한 미국 당국의 수사는 돈세탁 방지, 금융제재 위반, 무허가 사업 운영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바이낸스는 하마스를 포함한 테러리스트, 이란이나 북한 같은 제재 지역 사용자와의 의심스러운 거래를 보고도 보고하거나 금지하지 않았다고 미국 당국은 판단했다. 또 바이낸스가 2018년부터 미국 이용자들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고의로 법률 준수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바이낸스는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법적 의무는 외면했다"면서 "고의적인 불이행으로 바이낸스 플랫폼을 통해 테러리스트, 사이버 범죄자, 아동 학대범 등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허용했다"고 꼬집었다.

하루 전 바이낸스가 미국 당국과 합의를 이룰 것이란 소식에 안도했던 시장은 자오의 사임 소식까지 나오자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낸스가 발행하는 가상자산인 BNB는 5% 넘게 떨어졌다. 비트코인도 3% 가까이 미끄러지면서 3만6000달러대를 가리켰다. 그도 그럴 것이 자오는 가상자산을 주류로 끌어올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가상자산 업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가상자산 컨설팅회사 덱스터리티캐피털의 마이클 사파이 파트너는 CNBC에 "시장이 소식이 나올 때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라며 "시장이 자오 없는 바이낸스의 향후 행보를 검토하면서 일시적으로 매도 압박을 받을 수 있지만 가상자산 베테랑들은 진작부터 이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바이낸스는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로 한때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었다. 이후 미국 당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4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다만 아직 바이낸스를 위협할 만한 상대는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점유율 2위인 세이셸제도 기반 거래소인 OKS는 시장 점유율이 5.44%에 그치고 미국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는 코인베이스도 점유율이 5.37%에 불과하다.

CNN비즈니스는 업계에선 이번 합의를 바이낸스와 자오의 부분적인 승리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밴더빌트대학의 예샤 야다브 법학과교수는 "이번 협상은 바이낸스가 다시 살아갈 기회를 주는 것"이라면서 "바이낸스가 무너지면 바이낸스에 돈을 예치한 일반인들이 더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업계 전반의 우려를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 데이터업체 피치북의 로버트 리 가상자산 애널리스트는 "바이낸스가 사업 초기 성장을 위해 추진한 성급한 접근법이 현재 상황을 불러온 것"이라면서 "자오가 구속을 피하고 바이낸스가 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바이낸스가 받는 범죄 혐의에 비해선 최상의 합의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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