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패션디자인범죄와의 전쟁, Fake Never

머니투데이 이재경 변호사(건국대 교수/패현협회 법률자문위원) 2023.11.28 05:10
글자크기
이재경 변호사(건국대 교수·패션디자이너연합회 운영위원·패션협회 법률자문위원)이재경 변호사(건국대 교수·패션디자이너연합회 운영위원·패션협회 법률자문위원)


이 땅에 패션 짝퉁과 표절이 판치게 된지는 어연 40년이 넘었다. 단속은 느슨했고 처벌은 약했으며 짝퉁·표절로 인한 이익은 범죄자들이 그대로 챙겼다. 패션 디자인침해범죄는 점점 늘어갈 수밖에 없었고 범죄자들의 만면에 미소가 넘쳤다. 그러나 특허청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패션 플랫폼 기업들이 자체 정화에 나서면서 상황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먼저 특허청이 짝퉁과 디자인 표절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2019년 3월 특허청 공무원에게 특허·영업비밀·디자인 범죄 수사 권한을 부여함에 따라 '짝퉁' 등 상표 범죄만 수사하던 특허청 특별사법경찰의 업무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수사인력과 이공계 전문인력을 충원한 특허청은 패션시장을 좀먹는 디자인범죄와의 전쟁에 나설수 있었다.



2020년 10월부터 상표·디자인 침해에 대해 '3배 배상'을 도입하는 제도 역시 패션디자인을 보호하는 방패막이가 됐다. 타인의 상표권 디자인권을 침해한 경우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고 로열티에 의한 손해액 산정기준을 '통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에서 '합리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증액시켰다. 아울러 상표법상 법정손해배상제도의 최고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고의의 경우는 3억원)으로 상향했다. 상표권자가 침해와 손해액을 증명해야 하는 일반 손해배상청구와 달리 피해자가 침해만 입증하면 법원이 법정액 이내에서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으므로 패션 산업에 청신호가 될 것이다.

또 특허권 침해죄를 반의사불법죄로 변경한 이후 지난해부터 디자인권, 실용신안권 침해행위까지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가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그동안 디자인 범죄는 피해자가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내에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로 규정돼 있어 고소기간이 초과하면 피해자가 형사구제를 받을 수 없었다. 이제는 고소기간 제한 없이 수사기관의 직권 수사 및 형사구제가 가능해졌으므로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바쁜 영세한 패션사업자가 머뭇거리다 고소기간을 놓치는 폐해는 바로 잡은 셈이다.



하지만 이 모든 시스템 변화만으로 패션 산업 내 짝퉁 및 표절 문제를 몰아내기 힘들다. 짝퉁 표절 패션의 수요를 잡아내야 범죄의 공급이 줄어든다. 결국 패션표절을 몰아내는 대국민 계몽, 자발적 홍보가 핵심이다.

최근 국내 최고의 패션 플랫폼 무신사를 중심으로 결성된 한국브랜드패션협회는 페이크 네버(Fake Never) 캠페인을 포함해 온라인 모니터링, 법률 지원,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패션디자인범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Fake Never 사이트에서는 피해사례를 수집, 공유하고, 제보를 통해 패션산업을 멍들게 하는 가품을 걷어내려고 한다.

지난 7월 출범한 무신사의 지식재산권보호위원회도 자체적으로 가품 여부를 심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변호사, 변리사, 교수 등 외부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매월 1회 전원 협의체 형식으로 상호 의견을 나누면서 엄격하게 디자인 침해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공정성, 독립성, 전문성이 모여서 패션시장의 깨끗한 물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