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가동중인 원자력발전의 사용후 핵연료 습식저장조가 2030년을 기점으로 포화되기 시작한다. 2031년 고리 원전을 시작으로 한빛, 한울 원전의 습식저장조가 포화된다.
원전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은 한시적 저장시설이다. 습식저장조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꺼내 콘크리트 건물 또는 콘크리트 용기에 넣고 공기로 열을 식히며 보관하는 방식이다.
결국 영구적이며 안정적인 최종 처리시설이 필요한 셈인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 제정 논의는 2년째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가 원전 부지를 벗어나게 되면 고준위방사성폐기물로 명칭이 바뀐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최종 처분장을 마련하는 절차에 착수하고 그 전까지 주변지역 의견수렴을 거쳐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을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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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부지 내 저장시설 용량이다. 정부와 여당은 정부는 원자로 '운영허가' 기간 중 발생 예측량을 용량으로 산정하자는 입장이다. 야당은 원자로 '설계수명' 기간 중 발생 예측량을 법에 명시하고자 한다.
정부가 야당 입장을 수용하려해도 현행법과 충돌 문제가 생긴다. 야당의 주장대로 설계 수명을 기준으로 저장시설 용량을 마련할 경우 원전의 계속 운전에 대비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현행법에 따라 원전 안전성 검증 절차를 거쳐 설계 수명 이후에 연장 운영을 허가한다면 특별법과 충돌하게 된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 용량 부족으로 계속 운영을 하지도 못하는 원전에 허가를 내준 셈이 된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고 국내 산업 도약과 수출을 위해서도 고준위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EU(유럽연합)는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면서 2050년까지 고준위 방폐물 처분을 위한 세부 방안을 마련하라는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도 원전이 포함되면서 영구 처분장 마련을 기준으로 세웠다.
국민 동의는 높은 수준이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지난 6일 발표한 '2023년 에너지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1.8%가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폐물) 저장·처리시설 마련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적절한 보상·안전성을 전제로 거주지에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을 건설한다면 절반 이상(53%)이 찬성할 것이라고 했다. 조사는 지난 9~10월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포인트)다.
역대 정부에서도 관련 논의가 지속돼 왔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관리는 향후 국민 공감대 하에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확보에 우선 착수키로 해 2005년 11월 경주에 부지확보를 성공했다. 이명박 정부는 방사성폐기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09년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을 제정·시행하고 공론화 제도를 도입했다.
박근혜 정부는 공론화 제도에 근거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2013년부터 2년여간 운영하며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에 입각해 2016년 7월 '1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정부·국회에서 법제화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부터 2년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운영하고 1차 기본계획과 연속성을 갖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