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어셔가의 몰락'은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에드가 앨런 포의 동명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주인공 로더릭과 매들린 남매를 동일한 이름으로 등장시킨 것 외에는 원작을 새롭게 각색했다. 총 8편의 에피소드는 '음울한 한밤중', '붉은 죽음의 가면',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 '검은 고양이', '고자질하는 심장', '황금 벌레', '함정과 진자', '갈까마귀' 등 각각의 제목을 포의 작품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현대적으로 변주했다. 앨런 포의 추리 소설인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에 등장하는 수사관 '뒤팽'과 포가 죽은 아내를 기리며 쓴 '애너벨 리'도 이번 작품의 주요 등장 인물로 차용하는 하면,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까마귀를 중요한 메타포로 쓰고 있다. 그리고 산문시같은 고풍스럽고 연극적인 대사와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 포의 작품들을 각 에피소드의 모티브로 사용하는 것으로 대문호에게 애정어린 헌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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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더릭과 그의 쌍둥이 남매 매들린은 포추나토 제약사 사장의 사생아다. 남매의 어머니는 사장의 비서로 일하며 쌍둥이 남매의 출생의 비밀을 감추며 살아왔다. 아버지의 냉대 속에 병든 어머니는 종교에만 의지하며 치료를 거부하다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무덤이 파헤쳐진 흔적과 함께 어머니의 시신이 사라지고, 어머니는 마지막 힘을 짜내 자신과 아이들의 존재를 부정한 남자를 죽여버린다.
다혈질의 이상주의자로 성장한 로더릭은 순수하게 자신을 사랑해주는 애나벨 리를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다. 아버지의 회사이기도 한 포추나토에 입사해 말단 사원으로 일하던 로더릭은 강력한 진통제 '리고돈'을 사업화하고자 한다. 로더릭의 야심은, 비상한 지능을 가졌지만 냉혹하고 비인간적인 매들린의 계략과 만나 무서운 죄악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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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에피소드는 가문의 저주에 따른 자식들의 죽음의 과정을 잔혹하고 그로테스크하게 묘사한다. 동성애와 마약, 불륜 등 폭력적이고 퇴폐적인 삶을 살고 있는 어셔가 일족들의 죄악과 죽음은 높은 수위로 묘사되며, 전라의 섹스신과 동성애 장면 등도 여과없이 담겨있다. 6남매의 캐릭터와 다양한 인종은 독특한 개성과 비밀스러운 사생활로 흥미를 자극하며 시대적 배경을 살린 미쟝센과 화려한 영상미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성공과 부를 거머쥐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중독과 죽음으로 몰아놓은 포추나토의 약은 현 미국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직설적으로 그린다. 펜타닐 이전에 미국사회를 중독의 늪으로 몰아넣은 악덕 제약사 새틀러가(家)를 모티프로 했음을 알 수 있다. 마약성 진통제 옥시콘틴을 비윤리적으로 남용시켜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퍼듀파마사의 오너 새틀러가문은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불법을 일삼다 결국 파산을 맞았다. 문학에서 가져온 영감과 예민한 사회적 이슈, 자극적인 묘사는 탐욕과 저주로 얼룩진 어셔가의 비극적 최후를 확인하는 마지막까지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