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 중인 국가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 / 사진=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27일 과학계에 따르면 KISTI는 지난 26일부터 내달 7일까지 조달청을 통해 '슈퍼컴 6호기 시스템 구축'을 위한 1940억원 규모 외자 입찰공고를 냈다. 외자 입찰공고는 국내에서 생산 또는 공급되지 않는 외국산제품을 구매하는 절차다. 국가 슈퍼컴에 들어가는 컴퓨터서버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고환율과 GPU(그래픽처리장치) 가격 급등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더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인공지능) 초광풍으로 GPU 수요가 폭증했다. KISTI에 따르면 슈퍼컴 6호기 예비타당성조사 당시 책정했던 예산보다 현재 GPU 가격은 3배 이상 늘어났다. 슈퍼컴 6호기 구축 예산은 2929억5000만원으로, 이중 2000억원 이상이 장비 구축에 들어간다. 예산은 그대로인데 장비 구축 비용이 크게 늘고, 입찰에 참여하려는 기업이 없어 성능을 낮출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슈퍼컴퓨터 6호기 시스템 구축 관련 네 번째 외자구매 입찰 공고문. / 사진=조달청
'초당 60경번 연산' 슈퍼컴 6호기, 구축 필요성은KISTI는 2018년 12월부터 슈퍼컴 5호기 누리온 서비스를 시작했다. 누리온은 25.7페타플롭스(PF)급이다. 1PF는 1초당 1000조번 연산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누리온의 25.7PF는 70억명이 420년 계산할 양을 1시간에 처리하는 수준으로 결코 낮은 사양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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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누리온은 최근 1년 사용률이 평균 74%, 최대 90.1%에 도달해 과부하 상태다. 개인용 노트북이 장기간 사용하면 부팅 속도가 떨어지는 것처럼, 슈퍼컴도 지속 활용할수록 성능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예타를 거쳐 올해부터 2028년까지 초당 60경번 연산하는 600PF급 슈퍼컴 6호기를 구축하려고 했다.
하지만 6호기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해외기업이 없고, 기존 계획대로 성능을 유지하려면 예산을 더 받아야 하지만 R&D(연구·개발) 예산 삭감 여파로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KISTI 관계자는 "600PF급 성능을 낮출 일은 없을 것"이라며 "외부 상황을 탓하지 않고 내년 말 서비스 목표를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미국 에너지부 산하 오크르지국립연구소는 1.1엑사플롭스(EF)급 슈퍼컴 '프런티어'(Frontier)를 개발했다. 초당 110경 연산이 가능한 컴퓨터다. 중국도 슈퍼컴 성능을 공개하지 않지만 이미 1EF급 슈퍼컴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화학연구소(RIKEN)가 537PF급 슈퍼컴을 보유한 만큼 1EF급 슈퍼컴 도입은 시간문제다. 1EF급 슈퍼컴은 전 세계 80억명 인구가 45년 계산할 일을 1초에 계산할 수 있어 기존에 인간이 할 수 없었던 신약개발, 최적의 로켓부품 설계 등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