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엔저'에 1달러당 150엔 돌파 눈앞…'엔테크' 지금이라도?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3.10.03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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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서울 시내 환전소 환율 정보판 모습. 2023.7.24/뉴스1판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서울 시내 환전소 환율 정보판 모습. 2023.7.24/뉴스1판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달러 대비 일본 엔화값이 149엔을 돌파하는 등 '슈퍼 엔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원/엔(100엔 기준) 환율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주요국 중 마지막까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해온 일본은행(BOJ)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겠단 의지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50엔대에 진입하면 일본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49엔대에서 거래 중이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지난달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연내 1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반면 일본은행은 같은주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계속할 것이란 뜻을 밝히며 엔저 현상은 심화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25일 오사카시에서 가진 한 강연에서 "금융완화를 끈질기게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후 엔/달러 환율은 149엔대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이에 원/엔 환율도 900원 초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원/엔 환율은 추석 연휴 휴장에 들어간 서울 외환시장이 문을 닫은 지난달 27일 오후 3시30분 기준 904.69원을 기록했다.


원/엔 환율은 지난달 19일 장중 한때 894.1원까지 떨어지며 연저점을 깨기도 했다. 이후 900원대로 다시 올랐지만 이는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 게 아니라 원화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다. 엔화는 서울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기준 환율인 달러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계산한다. 다시 말해 이 기간 달러 대비 원화값이 더 크게 하락하면서 엔화 대비 원화 가치도 덩달아 내렸다는 의미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26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3거래일째 속락, 달러당 149엔을 넘어서며 2022년 10월 이후 약 11개월 만에 엔화 가치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중구 명동 환전소의 모습. 2023.09.27.[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26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3거래일째 속락, 달러당 149엔을 넘어서며 2022년 10월 이후 약 11개월 만에 엔화 가치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중구 명동 환전소의 모습. 2023.09.27.
한편 역대급 '엔저'가 이어지자 이른바 '엔테크' 수요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슈퍼 엔저'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4월 말 53억2000만달러 규모였던 거주자의 엔화예금 잔액은 △5월 말 62억5000만 달러 △6월 말 74억8000만달러 △7월 말 83억1000만달러 △8월 말 82억8000만달러로 4개월 새 30억달러가량 급증했다.

지난달 엔화예금 규모가 뒷걸음질쳤지만 이는 엔화예금 수요가 줄어든 결과가 아니다. 한은은 지난달 엔화예금 잔액 감소와 관련해 "미 달러화 강세에 따른 환산액 감소 등의 영향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달러화는 약 1.7% 상승했다. 반면 지난달 달러화로 환산한 엔화예금 감소 규모는 -0.4%다. 엔화예금 순예치 기조가 이어졌지만 달러화로 환산하다보니 엔화예금 잔액이 줄어든 것이다.



다만 향후 엔화예금 규모는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외환당국이 달러당 엔화값이 150엔을 돌파하면 시장에서 엔화를 매입하는 직접 개입을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엔화 가치가 달러당 145.89엔을 기록하는 등 2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엔화 매수 개입을 단행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에도 엔저가 이어지며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1엔을 돌파했을 때 기습적으로 매수 개입을 실시했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지난달 26일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외환시장 동향을 높은 긴장감을 갖고 보고 있다"며 "과도한 변동에 대해서는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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