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20배 뛴 HMM 주식을 일찍 찾은 건…"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3.09.1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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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워너비를 위한 워런 버핏 이야기(21)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가 본 버핏 ①

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이번에는 버핏 워너비를 위해, 버핏의 투자와 삶의 지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 /사진=이건규 대표 제공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 /사진=이건규 대표 제공


워런 버핏하면 떠오르는 종목은 코카콜라, 시즈캔디였지만 최근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은 애플입니다. 버크셔는 무려 200조원이 넘는 애플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버핏의 애플 투자를 보면서 가치투자란 뭘까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가 쓴 '워런 버핏 익스프레스'를 읽고 생각의 실마리가 잡혔습니다. 이 대표는 가치투자의 반대가 성장주 투자가 아니라 모멘텀 투자라고 말했습니다. 모멘텀 투자자는 가치(펀더멘털)도 가격(밸류에이션)도 보지 않고 테마주 같이 시장에서 인기있는 주식만 쫓아다니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가 주식투자를 시작한 건 1997년 말 IMF 외환위기가 발생한 후입니다. 당시 군 복무 중이던 이 대표는 1998년 300선에 머물던 코스피지수가 불과 1년만에 900포인트로 'V'자 반등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 최적의 기회가 있을 때는 투자를 해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대학 졸업 후 이 대표는 가치투자로 유명한 VIP자산운용 설립 초기 창립멤버로 참여해 15년 넘게 근무하며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고, 2019년부터 르네상스자산운용을 경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건규 대표가 보는 가치투자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는 건 중소형주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 /사진=이건규 대표 제공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 /사진=이건규 대표 제공
이 대표는 처음에는 차트 책을 많이 봤다고 솔직히 털어놨습니다. "이과 출신이다 보니 시스템 트레이딩에 더 강점을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차트 책을 보며 허상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이때의 경험이 펀더멘털에 기반한 투자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버핏도 처음 주식을 공부할 때는 차트 책을 비롯한 온갖 주식도서를 섭렵하다가 19세 때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를 읽고 나서 가치투자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대표는 버핏의 말을 빌려 "주식시장은 대개 효율적이지만, 언제나 효율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시장을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가 포트폴리오의 80~90%를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이유도 "잘만 고르면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대상"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1965년 '효율적 시장 가설(EMH·Efficient Market Hypothesis)'을 발표해,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유진 파마 시카고대학 교수도 나중에 소형주,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의 수익률이 높다는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효율적 시장 가설'에 상반되는 연구결과입니다.

소형주는 아니지만, 재밌는 투자 사례를 들었습니다. 10년 넘게 지속된 해운업 불황으로 끝없이 하락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공급망 문제로 20배 넘게 급등한 HMM입니다. 해운산업이 장기 불황을 지속하면서 해운업을 커버하는 애널리스트가 없어졌지만, 이 대표는 해운업의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좀 더 일찍 발견했다고 합니다.



특히 이 대표는 "대만 해운업체 에버그린 같은 해외 선사는 실적 전망치를 발표하는 등 투자자와의 소통이 많다 보니 주가가 먼저 반등했고 여기서 (HMM이 상승하리라는) 실마리를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배터리형 니켈도금강판을 생산하는 TCC스틸의 사례도 들었습니다. "보통 2차전지라고 하면 양극재를 생각하지만, 오히려 2차전지 가치사슬에서 가장 독점력이 강한 TCC스틸에 주목했다"며 "니켈도금강판이 대단한 아이템은 아니더라도 원재료를 소싱하고 만들 수 있는 회사는 TCC스틸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1년 남짓 기간 동안 TCC스틸로 280%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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