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책임감 우선인 공공SW 사업

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2023.09.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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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SW(소프트웨어)는 말 그대로 공공이 사용한다. 공공SW에 오류가 발생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공공에 돌아온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복지로에서 오류가 발생하자 복지행정이 마비되며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올해 6월에는 4세대 지능형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서 오류가 발생해 교육현장에 대혼란이 찾아왔다.

정부는 공공SW의 품질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민을 위한 SW를 만드는데 계속해서 오류가 발생한다면 세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4세대 지능형 NEIS 개발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4차례에 걸친 교육부의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규정 적용요구를 거절한 것은 지탄받아야 할 일이다.



일련의 사건들로 정부가 공공SW 품질향상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논의의 방향이 대기업 참여를 얼마나 허용할지 등으로 흐르는 점은 우려스럽다. 품질향상에 대한 논의라기보다 공공SW라는 먹거리를 어떻게 나눠먹을지 논의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해외진출용 포트폴리오 마련 등의 이유로 공공SW 사업을 수주하고 싶어한다. 공공SW 사업을 영업이익은 크지 않지만 대형 프로젝트 경험을 쌓는 기회로 본다. 중견기업은 공공SW 사업으로 얻는 수익이 SI(시스템통합) 수익의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모 중견기업은 SI 매출의 90%를 공공SW 사업에서 얻는다.



공공SW 사업을 기업의 먹거리로 생각하는 한 올바른 개선안이 나오기 어렵다. 중견업계의 주장대로 공공SW는 대기업이 구축했을 때도, 중견기업이 했을 때도 오류가 발생했다. 대기업의 참여 여부에 따라 오류발생 여부가 달라지는 게 아니다. 공공SW의 품질향상을 위해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완화했는데도 오류가 발생한다면 보완할 방법이 없다.

공공SW의 품질을 향상하는 방법은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조금만 들어봐도 안다. 처음부터 충분한 예산을 배정하고 과업이 변경될 때마다 그에 맞게 예산을 책정하면 된다. 개발자 인건비도 현실에 맞춰야 한다. 업계는 공공의 안녕을 해치지 않겠다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무리하게 공공SW 사업을 수주하려는 생각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기자수첩]책임감 우선인 공공SW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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