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29일 (현지시간) 베이징 인민 대회당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다. 2023.08.30 /AFPBBNews=뉴스1
"중국이 군사적으로 사용 가능한 수출통제를 줄여달라고 했고, 당연히 나는 '안돼'(No) 라고 답했다."
지난 27일 시작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의 중국 방문이 30일 상하이 일정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 무려 7년 만의 미국 상무장관 방중이며, 최근 이어진 미국 정부 고위인사 릴레이 방중에선 네 번째였다. 실무적 소통채널 마련 등 성과도 있었지만 미국 기업 투자를 놓고 원격 설전이 벌어지는 등, 쟁점에 대해선 간극만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러몬도 장관의 방중은 양국 통상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상황에 이뤄져 큰 관심을 모았다. 미국은 최근 중국의 반도체와 AI(인공지능), 양자컴퓨팅 영역에 미국 자본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지난해엔 반도체 장비수출 규제를 포함한 포괄적 수출통제 대책을 발표했다. 중국으로서는 목줄을 잡혔다. 러몬도 방중을 통해 대화채널을 만들 수 있는 물꼬는 튼 셈이다.
특히 러몬도가 29일 오후 상하이행 열차에서 미국 언론에 했다는 말은 미국의 스탠스를 분명히 보여준다. 러몬도는 미국 기업들은 다른 나라를 투자처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별다른 설명 없이 매겨지는 과중한 벌금과, 미국 공동체에 큰 충격을 안긴 방첩법 등 미국 기업은 중국에서 완전히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 투자가 너무 위험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러몬도의 열차 발언에 즉각 반박했다. 주미 주중대사관 류펑위 대변인은 "중국 내 7만개 미국기업 중 90%가 이익을 내고 있으며 대부분 중국 잔류를 원하고 있다"며 "중국은 높은 수준의 개방을 적극 추진하고 있고, 외부에 문을 더 넓게 열 것"이라고 말했다. 뜻밖의 원격 설전이 벌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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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몬도 장관의 방중에 성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양국은 경제·무역 분야에서 정례화된 소통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무역현안 회의는 차관급으로 실무그룹을 꾸려 연 2회 진행한다. 수출통제 관련 정보교환 회의는 차관보급들이 대면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첫 차관보 회의가 중국 상무부에서 지난 29일 진행됐다. 뚜렷한 성과는 없었지만 소통 개시의 의미가 크다.
중국국제무역경제아카데미 저우미 선임연구원은 "이번 러몬도 방중에서는 새 실무그룹 등 가시적 성과가 나왔다"며 "이전 미국 관료들의의 중국 방문에 비해 한 단계 진보한 성과"라고 말했다.
한편 민간 영역에서 양국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은 한국 SK 출신 중국 인사를 중국 대관 업무책임자로 임명했다. 중국 측과 관계개선에 나서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홍콩 언론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마이크론이 28일 30년 경력의 제프 리(리신밍)를 중국 대관 업무 책임자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리신밍은 중국 정부에서 일한 뒤 SK차이나 고급부총재를 지냈다. 러몬도 장관 방중과 엮어 미중 기술분쟁 완화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