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모태펀드 45% 증액...'투자 가뭄' 벤처·스타트업에 단비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김태현 기자, 고석용 기자 2023.08.30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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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2024년 예산안 발표
벤처·창업 예산 9.2% 늘린 1조4452억

내년 모태펀드 45% 증액...'투자 가뭄' 벤처·스타트업에 단비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년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모태조합(모태펀드) 출자예산으로 올해보다 44.8% 늘어난 4540억원을 편성했다. 이를 통해 총 1조원의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민관공동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인 팁스(TIPS) 예산은 올해보다 18.4% 늘린다.

중기부는 이를 포함, 올해보다 9930억원(7.3%) 늘어난 14조5135억원 규모의 2024년도 예산안을 29일 발표했다. 이중 벤처·창업 관련은 1조4452억원으로 올해보다 1223억원(9.2%) 늘었다. 주요 항목별로 △모태펀드 4540억 △팁스 1304억원 △초격차 스타트업 1000+(플러스) 프로젝트 1031억원 △글로벌 기업협업 프로그램 430억원 등이다.



내년 벤처·창업예산 1조4452억원, 전년비 9.2%↑
중기부는 벤처투자 시장 활성화로 스타트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 모태펀드 예산을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모태펀드 출자예산은 2020년 1조원에 이른 후 올해까지 3년 연속 감소, 3135억원으로 줄었다. 내년엔 이 감소세를 멈추고 올해보다 1405억원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스타트업코리아펀드' '글로벌펀드' 등 약 1조원의 투자자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모태펀드가 출자하고 해외 벤처캐피탈이 운용하는 글로벌펀드를 통해 우리 벤처·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도모한다.

팁스예산은 올해 1101억원보다 203억원(18.4%) 늘렸다. 국내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글로벌 팁스' 트랙을 신설해 20개사를 지원한다. 2013년 도입된 팁스는 민간에서 선별·투자한 유망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정부가 R&D(연구·개발), 사업화, 해외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 예산은 1031억원으로 올해보다 41억원(3.8%) 감소했다. 국가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10대 미래신산업 분야 스타트업 약 500개사를 지원한다. 해당 분야는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로봇 △빅데이터·AI(인공지능) △사이버보안·네트워크 △우주항공·해양 △차세대원전 △양자기술 등이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이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정부가 사업화 자금을 연계하는 '글로벌 기업협업 프로그램'은 올해 405억원보다 6.2% 증가한 430억원을 배정했다. 지원대상 스타트업은 270개사에서 약 290개사로 늘린다. 중기부는 "당면한 경제위기를 돌파하는 두 축은 수출확대와 혁신적인 스타트업 활성화"라며 "스타트업이 미래성장동력이 되도록 정책패러다임을 해외까지 확대하고 과감한 글로벌 도전과 성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태펀드 증액에 VC 반색…"딥테크 투자 확대해야"
중기부가 내년 모태펀드 예산을 대폭 증액하자 벤처캐피탈(VC)업계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꽁꽁 얼어붙어 있는 벤처창업 시장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긍정적인 시그널"이란 평가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DSC인베스트먼트 대표)은 "전체 벤처투자 시장에서 모태펀드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정부가 벤처·창업 육성의지를 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기부가 물꼬를 튼 만큼 연말 민간 모펀드가 벤처투자 시장을 뒷받침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1405억원 늘린 것만으로는 만족하기 어렵지만 정부가 이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증액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벤처투자 혹한기로 민간 매칭투자가 어려워진 만큼 각 펀드의 모태펀드 출자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준상 시리즈벤처스 대표는 "자본금이 충분한 대형 VC와 달리 루키나 중소형 VC들은 민간에서 출자를 받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30~40% 수준인 모태펀드 출자비중을 60~70% 수준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모태펀드가 중점적으로 투입돼야 할 투자분야로는 딥테크(첨단기술)를 꼽았다. 송 대표는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좋은 기술을 갖고도 실적을 내지 못해 펀딩에 어려움을 겪는 딥테크기업이 많다"며 "긴 안목을 갖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해당 분야에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 역시 "미국과 중국간 기술 패권 전쟁으로 원천기술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민간에서 투자가 어려웠던 부분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尹대통령이 반한 佛창업허브 '스테이션F', 한국에도 짓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20일(현지시간) 파리에 위치한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인 '스테이션 F' 에서 열린 한-프 미래 혁신 세대와의 대화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윤석열 대통령이 6월20일(현지시간) 파리에 위치한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인 '스테이션 F' 에서 열린 한-프 미래 혁신 세대와의 대화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소벤처기업부가 프랑스의 창업허브인 '스테이션F(스타시옹 에프)'를 벤치마킹한 '스페이스K'를 조성한다. 이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은 물론 해외 스타트업의 국내 유입과 외국인 창업 등 글로벌 인바운드 창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9일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스페이스K' 조성에 15억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예산이 확정되는 내년부터 설계를 시작하며 민간을 중심으로 추진단을 구성해 프로그램 개발 등 사전 준비를 추진할 예정이다.

스페이스K는 팁스타운 등 기존의 창업허브와 달리 '글로벌'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특히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진출 뿐 아니라 해외 스타트업의 국내 안착을 집중 지원한다. 중기부는 이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 개방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스페이스K가 벤치마킹하는 프랑스의 스테이션F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핵심가치로 내세운 창업허브다. 입주 기업 중 3분의 1이 해외 기업으로, 국내에서는 네이버도 스테이션F에 입주해있다. 프랑스 정부는 스테이션F에 입주한 기업 임직원들이 최대 4년까지 거주·근로할 수 있도록 비자를 지원하고 있다. 창업지원사업도 난민, 이주민, 재소자 등을 우선적으로 선발해 지원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6월 스테이션F를 방문해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청년들이 연대의 정신으로 인류의 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았다"며 "스테이션F는 국제주의와 혁신의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스페이스K 조성 계획에도 대통령실의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중기부는 스테이션K가 국내 창업생태계를 글로벌화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글로벌 개방성이나 확장성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법무부와 중기부에 따르면 국내에 유효한 기술창업비자 수는 110여개로 국내 스타트업의 0.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중기부는 지난해부터 국내 창업생태계의 글로벌화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해외 우수 인재들의 국내 창업을 위해 비자 취득을 지원하고 액셀러레이팅, 정착 보조 등 안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도 지속적으로 "대한민국 내에서도 외국인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부 관계자는 "스페이스K를 중심으로 해외 유망기업을 발굴·정착 지원하는 'K-스카우터' 사업을 확대하고 외국인 창업경진대회 우승 창업가에게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K-스타트업 그랜드챌린지'도 확대할 것"이라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 다양성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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