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규 바이오 상장지수펀드(ETF)가 잇따라 출시되는 실제 수급개선에 대한 청신호도 속속 켜진다. 장기간 자본시장 외면을 받으며 고사위기에 몰렸던 바이오벤처들 입장에선 절실했던 자금 가뭄 해갈 기회다.
물론, 유증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유증을 통해 회사로 유입된 자금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할 근거를 제시한다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대형 계약 수주를 통해 필요해진 생산력 증대를 위한 시설 투자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 수년간 취재 현장에서 바라 본 바이오벤처들의 행보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악화된 업황과 대외환경, 시장의 외면 등은 자체 현금 창출능력이 부족한 바이오벤처에 절망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당장 다음달 직원들의 월급을 걱정하는 기업의 대표들도 숱하게 만났다. 시장 분위기가 겨우 풀린 지금이 자금 조달 적기라는 점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특히 성과 도출에 장기간이 필요한 바이오 업종이라면 유증은 꼭 필요한 과정일 수도 있다.
다만 필요한 것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범죄조직의 흥망성쇠 다뤘던 영화 '범죄와의 전쟁' 속 주인공은 이익 추구를 위한 상대세력 공격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명분이 없다'며 망설였다. 극중 인물이지만 범죄자 조차 망설였던 명분없는 결정의 무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