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동과 TYM (4,995원 0.00%)은 북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코로나19 기간 북미 지역에 취미로 농사 짓는 이른바 '호비 파머(Hobby Farmer)'가 늘어난 덕에 소형 농기계 판매를 늘리며 수출이 늘었다. 특히 대동은 올 2분기 6177억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올렸다. 북미 시장 점유율이 8.9%로 올랐고, 매출은 14% 늘었다. TYM은 지난해 미국 매출이 7308억원으로 전년 보다 67.8% 늘었다.
농업인구 감소로 국내 농기계 시장의 성장이 여의치 않지만 대동과 TYM의 매출 감소는 일본 기업들의 시장 잠식의 영향이 크다. 국내 시장에는 일본의 구보다와 얀마가 진출해 있다. 구보다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2416억원, 얀마는 231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9년 두 회사의 국내 매출이 3500억원이었는데 40% 가까이 늘었다. 두 회사의 분기 매출은 공개되지 않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도 매섭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쌀농사 기계인 콤바인, 이양기의 일본기업 점유율은 이미 40~50% 수준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시장에서 팔던 제품을 그대로 출시만 하면 되기 때문에 장벽이 낮다"며 "일본 기업들에 한국 시장은 '덤'"이라고 했다.
구보다의 L 시리즈 트랙터./사진제공=한국구보다.
일본 제품들은 평균적으로 국산품보다 가격이 15~20% 비싸다. 그래도 농가에 비싸더라도 고장이 덜 나는 기계를 사자는 분위기가 있어 일본 제품은 잘 팔렸다. 농기계는 사용 특성상 잔고장이 많다. 자동차와 달리 울퉁불퉁하고 돌과 자갈이 튀어 오르는 오프로드를 달려야 한다. 또 농사 절기상 한해 중 쓰는 기간이 짧아 유지·관리가 까다롭다. 쌀농사 기계를 예로 들면 이앙기는 봄에, 콤바인은 가을에 길어도 1달씩밖에 쓰지 않는다.
게다가 대부분 농가가 농기계를 대출을 받아 사기 때문에 작은 가격 차이에는 둔감한 경향이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일본 제품, 국산품 구분 없이 농기계 구매 보조금을 지급한다. 업계 관계자는 "콤바인 한대가 3000만원 수준이고, 일본 기업은 600만원 정도 더 비싸다"며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600만원 정도 받으면 원래 치르려던 가격 수준에 일본 제품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제품을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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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점유율을 따지면 아직은 국내 기업들이 60% 정도 차지하고 있지만 역전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 콤바인, 이앙기를 자체 생산하는 기업은 대동과 TYM 밖에 없다. LS엠트론 등 기업은 외국산을 총판 개념으로 판매하는데, 상당수가 이셰키 등 일본 제품들이다. 기본적으로 업력, 생산 규모 등 '체급 차이' 때문에 제품 개발 역량에서 국내 기업들이 일본 기업에 밀린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쌀 소비가 줄어드니 밭농사 기계 개발을 지원하는 한국 정부와 다르게 일본 정부는 쌀 농사 기계 개발을 크게 지원한다"며 "일본 기업과 경쟁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