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교사 극단적 선택의 비밀, 아이폰은 알고 있을까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김지은 기자 2023.08.1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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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1학년 6반 교실 외벽에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교사를 위한 추모공간이 설치돼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이초는 고인이 마지막으로 맡았던 교실 외벽에 당분간 추모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추모공간은 방학 중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오는 21일 개학 이후에는 오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개방할 예정이다. /사진=뉴스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1학년 6반 교실 외벽에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교사를 위한 추모공간이 설치돼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이초는 고인이 마지막으로 맡았던 교실 외벽에 당분간 추모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추모공간은 방학 중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오는 21일 개학 이후에는 오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개방할 예정이다.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20대 교사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두고 1개월 가까이 뒷말이 무성하다.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극단적 선택의 주요한 원인이었다는 의혹이 지속해서 제기되지만 확실히 규명된 사실이 없어서다.

그간 이 사건을 조사해 온 경찰은 학부모들을 불러 진술을 듣고 그들의 휴대폰을 포렌식했다. 동료 교사들의 진술을 청취하고 고인이 평소 쓰던 일기장과 메모지 등을 입수해 분석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렇다 할 범죄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찰은 진실을 규명할 물건인 고인의 휴대폰을 열어볼 수 없다는 데 아쉬움을 토로한다. 휴대폰 안의 통화 기록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메시지 등에서 실제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정황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A씨의 휴대폰 기종은 애플사의 아이폰으로, 아직 경찰이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아이폰은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주인이 아니면 쉽게 열어볼 수 없다.



앞서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합동조사단은 이른바 '연필 사건'과 관련해 A씨의 휴대폰 번호가 유출돼 학부모들이 여러 차례 그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달 12일 오전 수업 중 한 학생이 다른 학생 가방을 연필로 찌르자, 그 학생이 그만하라며 연필을 빼앗으려다가 자신의 이마를 그어서 상처가 생긴 사건이다.

그러나 경찰이 해당 사건 학부모들과 A씨의 통화 내역을 확인했지만 학부모들이 A씨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한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 오히려 A씨가 먼저 학부모에게 전화를 건 기록이 존재한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만으로는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악성 민원이 없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먼저 A씨가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폭언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 학교 내선 번호로 전화해 A씨와 통화를 했고 이때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을 수도 있다. 일부 학부모가 학교 내선 번호로 전화를 한 사실은 경찰 수사 결과로도 확인됐다.


이 밖에 학부모들이 A씨 번호로 부재중 전화를 여러 건 남겨놨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통화 내역은 과금을 하기 위해 통신사에서 파악해 두는 자료이기 때문에 부재중 전화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 현재 경찰은 A씨에게 학부모들의 부재중 전화가 걸려 온 적이 있었는지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통화 기록뿐 아니라 휴대폰에서 그간 발견되지 않은 심경이 적힌 글이라든가 다른 단서들이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 고인의 휴대폰이 이른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은 A씨의 극단적 선택의 배경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지속해서 해나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해당 사건 학부모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며 "폭언 등의 의혹과 관련 동료 교사와 학부모들을 계속해서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명확히 살펴 규명할 부분이 남아있는 만큼 경찰 수사에 오해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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