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염수, 처리수 대신 '오염저감수'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3.08.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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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부, 올 여름 후쿠시마 오염수 태평양 바다 '방류'
우리 정부는 '오염수', 일본은 'ALPS 처리수' 용어 사용
과학적으론 오염 저감한 물…국민 설득 위해 고려해봐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절차. /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절차. /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이야기다. 정부가 매일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잘못된 사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지만 국민정서는 반대 극단으로 치닫는다. 우리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정당성을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전력은 2011년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약 134만톤(t)을 1070여개 탱크에 저장 중이다. 오염수 속 방사성물질은 60여종으로 ALPS(알프스·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대다수 핵종을 제거한다. 하지만 ALPS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 등 일부 핵종은 바닷물로 희석해 30여년간 해양방류한다.



ALPS를 거친 오염수 속 삼중수소의 평균 방사능 농도는 리터(ℓ)당 62만㏃(베크렐)이다. 일본 정부가 정한 삼중수소 배출 허용치는 6만㏃/ℓ로, 기준치를 초과한 오염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삼중수소는 바닷물 희석장치를 거쳐 배출기준치 40분의1 수준인 1500㏃/ℓ 미만으로 줄여 방류한다.

이처럼 후쿠시마 오염수는 방사능 오염물질이 극히 적은 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은 오염수를 ALPS로 처리했다는 의미로 '처리수'라고 부른다. 반면 우리 정부는 '오염수'라고 표현한다. 국민 10명 중 8명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계획을 우려한다는 국민정서 등을 고려한 조치다.



하지만 일반적인 '오염수' 개념으로는 해양방류에 대해 과학적으로 국민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설명하더라도 국민과 간극이 더 커지는 이유다. 과학적으로 정화·방류장치를 거친 오염수는 극히 적은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오염 저감수'로 볼 수 있다.

최근 만난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는 한국 언론에 후쿠시마 오염수를 'ALPS 처리수'로 표현해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오염수'로 표현하는 상황에서 이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오염수와 처리수의 간극이 큰 상황에서 '오염 저감수'라는 표현을 쓸 수도 있다.

2500년 전 공자는 세상을 바로잡는 중요한 요소로 정명(正名)을 꼽았다. 이름을 바르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달리 말하면 이름이 바르지 않은 용어사용이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말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정부와 국민간 간극을 좁히려면 사용하는 언어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김인한 머니투데이 과학기자. / 사진=머니투데이 DB김인한 머니투데이 과학기자. / 사진=머니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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