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닉스 뽀송 12L 제습기. 시장 1위 브랜드 '뽀송'을 가진 위닉스는 제습기 업계 강자로 꼽힌다./사진제공=위닉스.
2일 위닉스 관계자는 "당장 내년 수요에 대비해 생산 라인을 늘리거나 재고를 크게 축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위닉스는 제습기를 지난해보다 약 1.5배 많이 팔았다. 비율로 따지면 크지 않지만 시장 1위 브랜드 '뽀송'을 가진 만큼 제습기가 주력 상품이고 지난해도 판매량 자체가 컸던 만큼 절대적인 판매량 증가는 가장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습기 판매는 실제 장마가 시작되고 또 급증했다. SK매직은 올 여름 제습기가 5번 넘게 완판됐다. 한번에 약 3000대씩 입고되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1만5000대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위닉스는 한시간가량 홈쇼핑 방송에서만 제습기가 6800대 팔렸다.
주문 폭발은 품절 대란으로 이어졌다. SK매직은 5월 말부터 지난달까지 제습기를 보름 이상 걸려 배송을 하고 있다. 생산 라인이 해외에 있어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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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닉스는 공장이 국내에 있어서 상황이 낫지만 인기 제품은 주문하고 이틀, 사흘 걸려 배송하는 중이다. 소화하지 못한 수요는 일부 '소멸'한다. 제습기 품절 대란이 벌어지고 인터넷에는 제습기 대신 에어컨, 빨래 건조기, 스타일러로 제습하는 비법이 공유되고 있다.
장마가 얼추 끝났지만 제습기 공급은 여전히 수요를 못 따라간다. SK매직 관계자는 "지금도 이틀, 사흘이면 사전 예약이 1000대씩 쌓인다"고 말했다.
지난 5월 SK매직 온라인몰에서 검색한 초슬림 제습기 구매 화면. "일시적으로 재고가 부족한 상품"이라고 뜬다. 올여름 폭우 소식에 제습기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날 기준 주문하면 보름쯤 지나 배송이 가능하다고 한다./사진=SK매직 온라인몰 갈무리.
제습기는 조금씩 '4계절 가전'으로 받아들여진다. 겨우내 베란다에 제습기를 틀어 실내 습도를 낮추고 수로 동결을 예방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에어컨, 스타일러, 건조기는 제습 효율도 떨어지고 제습 면적이 좁아 제습기의 완전한 대체재가 되지 못한다.
올해 품절 대란을 겪었지만 업계가 재고 축적, 생산 라인 확대 계획을 짜지는 않는 모양새다. 9년 전 재고를 너무 많이 쌓았다가 4년 가까이 휘청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제습기 시장은 2012년 급성장해 2013년 130만대 규모로 컸는데 이듬해 '마른장마'가 오며 80만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업계는 2013년 호황을 누리고 앞다퉈 재고를 늘렸다. 위닉스는 제습기 100만대를 생산했다. 마른장마는 3년 가까이 지속됐고 업계는 재고를 처리하지 못한 손실을 떠안았다. 위닉스는 2014년 수요 예측 실패로 2년 동안 40억원에 가까운 손해를 냈다. 2017년에야 2014년에 생산한 물량을 처분할 수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당시엔 60만원어치 제습기를 한대당 15만원 헐값에 팔았다"며 "제습기 7~8대를 임직원에게 떠넘겨 직원들이 주변 지인에게 나눠주곤 했다"고 말했다.
올해 품절 대란을 겪었지만 업계는 내년 전략 수립에 신중한 모양새다. 위닉스는 재고 부담 사태를 겪고 생산 기계 하나가 다품종을 만들 수 있도록 개량했다. 평소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을 생산하다가 제습기 수요가 폭발하면 생산품을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위닉스는 하루 제습기를 3000대 가까이 생산할 역량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