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으로 달려가는 이차전지 밸류체인…비결은 '태양의 나라'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3.08.0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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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태양의 나라' 스페인이 유럽의 새로운 이차전지 밸류체인 허브가 되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케미칼에 인수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에 동박 생산라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동박은 구리를 이용해 만든 얇은 막으로 이차전지 음극박 등에 쓰인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조만간 스페인 동박 공장 생산규모를 확정짓고 본격적으로 건설에 박차를 가한단 방침이다. 스페인 생산라인을 통해 유럽 현지에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하이엔드 동박(초극박·고강도·고연신) 수요에 대응하는 게 목표다.



유럽 거점으로 스페인을 택한 게 이례적이라는 시선이 있다. 유럽 이차전지 밸류체인의 경우 주로 폴란드·헝가리 등 동유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SK온·LG화학 등 국내 업체들은 모두 동유럽에 둥지를 틀었다. 스페인에 공장이 있을 경우 동박 생산량의 상당수를 다른 지역으로 운송해야 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관계자는 "헝가리를 비롯한 여러 후보 지역을 검토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부터 인센티브 등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 스페인을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스페인 측은 상당 수준의 보조금 지급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격 대우의 중심에는 '태양'도 있다. 스페인은 '태양의 나라'라 불릴 정도로 강렬한 햇빛을 자랑한다. 자연스레 태양광 발전 선도국이 됐다. 스페인 전체 발전량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18%에 육박할 정도다.
스페인으로 달려가는 이차전지 밸류체인…비결은 '태양의 나라'
스페인 측은 이 풍부한 태양열로 만든 전기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 아낌없이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넗은 부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만든 다음, 여기서 나온 전기를 반값 수준으로 동박 공장에 제공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최근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RE100(사용 전력 100% 재생에너지 전환) 추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식이기에 회사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스페인으로 달려가는 기업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뿐만이 아니다. 스페인은 보조금 및 태양광 발전 제공이라는 당근을 앞세워 이차전지 밸류체인을 유치하기 위해 팔을 걷은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바겐이 설립한 배터리 사업 업체인 파워 코(Power Co)는 최근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에 4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생산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향후 60GWh로 증설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스페인을 택한 이유로 '태양광 등을 통한 저렴한 녹색 전기'를 들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도 노크하고 있다. 인비젼(Envision)은 스페인 서부에서 현지 태양광 업체와 손잡고 공장을 만드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비야디(BYD) 역시 현지 생산라인 확보를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및 소재 업체들의 경우 '친환경 사업'을 한다는 명분 하에 있기 때문에 RE100 달성 등에 보다 적극적"이라며 "스페인처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공급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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