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15.8.20/뉴스1
그동안 쟁의행위로 생산이 잠시라도 중단된다면 손해가 발생했다고 추정해 고정비를 그 손해로 인정하는 구조였는데, 이 추정구조를 깨뜨리고 쟁위행위 이후 생산손실이 만회됐는지 등 사정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결정하겠다고 판시한 것이다. 일반적인 손해배상소송의 경우 손해의 발생과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을 피해자가 부담하는 것을 감안할 때 법원의 결정은 근로자에게 유리한 기준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지난 15일 현대차가 사내하청노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손해액 산정에 대한 새로운 판례를 내놨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뒤집어 조업중단으로 생산이 감소했더라도 매출감소에 이르지 않았다는 사정이 증명된다면 고정비용을 손해액에 포함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적자제품, 불황 등의 사정 외에도 고정비용을 손해액으로 인정하지 않는 예외를 더 폭넓게 해석한 것이다.
대법원은 "고정비용 손해는 조업중단으로 생산량이 감소함에 따라 판매와 매출이 감소해 매출액에서 회수할 수 있었던 고정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때 비로소 손해가 되는 것"이라며 "쟁의행위가 종료된 후 상당한 기간 내에 추가 생산으로 부족 생산량이 만회된 경우 생산감소에 따라 매출감소를 추정하는 경험칙을 더 이상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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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동차처럼 예약판매방식으로 판매되거나 제조업체가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에 있는 경우 생산이 다소 지연돼도 매출감소로 직결되지 않을 개연성이 있다"며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판결 일부를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같은 법리에 따라 이날 3건의 손해배상 사건을 모두 파기했다. 이번 소송은 현대차가 2012년 세 차례 벌어진 공장점거와 관련해 노조를 상대로 총 5억4000만원을 청구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지난 15일 고정비 손해액 제외 판결과 함께, 불법 파업에 참여한 근로자 개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때 불법 참여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을 함께 내렸다. 이 판결은 국회 표결을 앞두고 있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논리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입법효과를 낼 수 있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대법원 판결은 법리 해석에 대한 기준으로 하급심 판단을 포함해 법률 해석과 사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한 노란봉투법의 골자는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계에선 노조원 개개인이 어떤 행위를 했는지 개별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불가능해 불법파업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표결은 30일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