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마주 앉은 민주당 "反기업 이미지 벗겠다"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3.06.2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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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에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06.27.[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에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06.27.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7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7대 기업 임원단과 만나 과감한 규제 혁신을 약속했다. 의원들은 대기업을 규제의 대상으로 여겨온 그간의 민주당의 정서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이날 임원단에 제안한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제도 합리화, 상속세 부담 완화 등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임'(이하 경쟁력 모임)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민주당 글로벌 기업을 돕다-글로벌 기업 지원 및 규제혁신'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경쟁력 모임 소속인 김병욱·송기헌·유동수·정성호·고용진·박정·이병훈 민주당 의원과 민주당 출신의 양정숙 무소속 의원 등이 참석했다. 기업인으로는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윤용철 SK수펙스 사장, 김견 HMG경영연구원장 부사장, 박준성 ㈜LG 전무, 송원근 포스코홀딩스 전무, 임성복 롯데지주 전무, 류영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이 자리했다.

野 의원들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달라"…임원단, 8대 건의 과제 제안
민주당 의원들은 간담회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청취해 입법 사안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과거 '공정'이라는 잣대로만 대기업을 바라봐온 행보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함께였다.



경쟁력 모임의 공동 대표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현재 우리를 둘러싼 경제 환경이 변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 간 패권싸움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적으로 신(新)보호무역주의도 대두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가 '공정'이라는 두 글자 못지않게 큰 화두여야 하고,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부분에서 우리 모임의 많은 분이 동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민주당에 반기업 정당 이미지가 있었던 게 사실인데, 이러한 이미지를 벗고 실용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지원하고 키워주는 것이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허심탄회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공동 대표인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민주당이 경제 문제에 있어서 너무 이념적 잣대로 봐왔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이념적 틀에서 벗어나서 보려고 하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경쟁력 모임 활동하면서 나온 얘기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법하고, 정책으로서 성과 내도록 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병욱 의원,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등 참석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6.27.[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병욱 의원,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등 참석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6.27.
7대 기업 임원단은 현 글로벌 경제 상황의 엄중함을 전하며 총 8가지 건의 과제를 제안했다. △금산분리 제도 합리화 △전략산업분야 정책자금 공급 확대 △자산 유동화 지원 △메가샌드박스(금융·인력·세재 등 종합적 지원이 이뤄지는 일종의 산업단지) 시행 △동일인제도 개선 △상속세 부담 완화 △기술유출 처벌 강화 △입법영향평가제도(비용추계 심사 의무화 등) 확대 도입 등이다.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은 "글로벌 시장 경쟁은 최근 들어서 굉장히 엄혹한 상황"이라며 "정치의 영역이 비즈니스 영역까지 들어와서 전략산업이라는 품목이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작동하는 상황이 됐다. 오늘의 자리가 단순히 대기업을 지원한다기보다 글로벌 기업에 대한 지원이란 의미가 있지 않나 싶어서 반갑고, 고맙다"고 했다.

송원근 포스코홀딩스 전무도 "기업들이 현재 세계 시장에서 부딪히는 현실은 굉장히 어렵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나타나고 있고,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미중 패권전쟁에 더불어 탄소중립(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개념)이라는 산도 존재한다"며 "이런 문제들을 하나하나 헤쳐 나가려면 정치권과 기업이 원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임원단이 제시한 건의 과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 호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력 모임 소속의 한 의원은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에 "각 과제에 대해 검토하고 입법을 추진하거나, 의원총회에서 제안하는 등 방안을 생각 중"이라며 "기출유출 처벌 강화나 입법영향평가제도 도입 등은 우선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원내대표도 힘 보태…'반기업 탈피' 계속
이날 간담회에는 박광온 원내대표가 참석해 축사하면서 시선을 끌기도 했다. 당초 경쟁력 모임이 당내의 일부의 목소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냔 우려가 나왔었는데, 박 원내대표의 등장으로 이 우려가 충분히 종식됐다는 평가다.

경쟁력 모임은 엄중한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기업 규제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는 데서 출발한 모임이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출신인 김병욱·유동수·송기헌 의원이 모여 만들었고, 그간 민주당이 보여온 기조를 벗어난 움직임이라 정치권과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총 13명의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경쟁력 모임은 향후 국내 기업들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확장된 논의를 지속 이어 나갈 방침이다. 모임 소속의 한 의원은 "조만간 LG를 초청해 2차 전지 사업의 성장사를 듣고, 그 과정에서의 오너 경영의 역할에 대해 재조명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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