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위기 맞는 한국의 플랫폼산업

머니투데이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2023.06.21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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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 시장에서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 넷플릭스 천하가 지속된다. 토종 OTT는 콘텐츠 제작비 부담과 가입자 성장률 둔화가 겹치면서 적자가 확대되는데 웨이브, 티빙, 왓챠 3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859억원으로 전년 1517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반면 넷플릭스는 2022년 한국 시장에서 매출 7732억원, 영업이익 142억원을 달성했고 MAU(월간활성이용자수) 기준 1100만명에서 1200만명 수준을 기록,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제 거의 모든 한국드라마, 영화는 넷플릭스를 통해서만 전 세계에 유통된다. K콘텐츠의 인기가 높지만 자국 플랫폼이 없는 한국 콘텐츠업계는 제작비와 약간의 수익을 가질 뿐 콘텐츠 흥행수익은 넷플릭스가 가져간다.

검색플랫폼 시장은 최근 격변의 조짐이 보인다. 생성형 AI인 챗GPT의 등장으로 구글 천하가 흔들리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 빙 검색이 늘고 있다. 한국은 중국, 러시아를 제외하면 전 세계 국가 중 유일하게 구글이 1위를 차지하지 못한 곳이다.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은 네이버가 부동의 1위지만 웹사이트 분석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MAU 기준 점유율은 2022년 5월 네이버 63.1%, 구글 25.9%, 다음 5.8%, MS 빙 1.6%였다가 올해 5월엔 네이버 55.7%, 구글 34.8%, 다음 5.07%, MS 빙 2.6%로 나타났다. 네이버가 하락하고 구글이 상승하면서 격차가 좁혀졌다.



AI 플랫폼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오픈AI는 한국어 능력이 대폭 강화된 GPT-4 모델을 출시하고 한국 스타트업과 협력을 제안했고 구글은 새 언어모델인 팜2(PaLM2) 엔진을 탑재한 바드(Bard)의 첫 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하는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한국 AI시장을 겨누고 있다. 비록 한국이 초거대 AI기술을 보유했지만 아직 네이버, 카카오는 자체 AI모델을 출시하지 못했다, 한국어에 특화된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빅테크와 차별화한다는 전략이지만 이미 실기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클라우드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클라우드 서비스분야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클라우드 시장점유율 3년 평균 1위는 아마존웹서비스(AWS)였다. AWS는 70%의 점유율로 MS 9%, 네이버클라우드 6% 등과 비교할 때 압도적 1위다. 게다가 다른 국가에서는 허용되는 모빌리티, 법률플랫폼이 한국에서는 기득권 집단과의 갈등 등을 이유로 시작도 못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플랫폼산업 전반에서 한국은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콘텐츠, 검색 등에서 독자적 경쟁력을 지니고 있던 한국이 글로벌 플랫폼의 공세에 휘청대는 것이다. 원래 플랫폼은 유통과 편성을 장악하는 게이트웨이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자국 플랫폼이 없는 국가는 글로벌 플랫폼의 하청기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데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종속은 단순히 경제적인 손실도 문제지만 개인정보, 영업기밀 등의 데이터 유출을 초래함으로써 한국의 디지털 주권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진다.

앞으로 정부의 정책방향은 크게 2가지다. 그것은 국내 디지털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규제개혁이다. 디지털은 원래 초국경성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디지털분야의 경쟁은 글로벌 경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 디지털분야 규제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한다. 다른 국가에 없는 규제는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게 된다. 또한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규제가 필요한 경우에도 그것이 국내 디지털플랫폼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데까지 이르러서는 안 된다. 유럽연합(EU)은 자국 플랫폼이 없는 상황에서 유럽 단일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미국 빅테크를 규제하기 위해 디지털시장법, 디지털서비스법, 인공지능법을 제정하고 미국은 중국과의 기술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국 빅테크 규제 시도를 철회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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