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적자' 응급실, 정부가 책임져야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3.06.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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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적자' 응급실, 정부가 책임져야


"저도 '응급실 뺑뺑이' 경험했어요. 이제 아플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두려워요."

중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떠돌다 사망하는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주변을 보면 아이가 아파서 응급실에 갔는데 수용 거부되고 다른 곳을 찾아 떠돌았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제 응급실 뺑뺑이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가 됐다.

응급실에서 받아주지 않는 경우의 절반가량은 전문의 부재 등으로 처치할 수 없어서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환자가 응급실에 갔다가 전원 조치된 사례가 12만7355건이나 됐다. 그 중 48.8%인 6만2203건의 전원 사유가 '처치 불가'였다. 74.3%가 아예 관련 질환의 전문의가 없는 사례였고 나머지는 갑작스런 인력 부재, 다른 수술 등으로 처치가 불가능한 경우였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뿐 아니라 급성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중증외상 등을 볼 수 있는 심장내과, 신경과, 외과 등의 전문의가 응급실과 연계해 상시 대기하는 구조가 필요한 것이다. 소아를 위해서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도 있어야 한다.

이에 전문의를 더 고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지만 현장에선 "병원이 먹고 살 수 있겠느냐"고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응급실은 경영난에 허덕인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립암센터의 응급실 의료이익은 2020년 -20억원, 2021년 -28억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응급실의 의료이익도 2020년 -31억원, 2021년 -20억원, 지난해 -28억원으로 매년 적자다.



그래서 정부의 과감한 재정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민간병원도 걱정 없이 응급실을 운영할 수 있도록 수가 인상과 별도 예산 등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만이 아닌 대통령과 국회가 함께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가능하다.

아울러 휴일·야간에 경증환자를 보는 의료기관도 확보해야 한다. 정부가 경증환자를 내보내고 중증환자를 보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당장 경증환자는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보여서다. 이밖에 의료 수입 구조를 왜곡시키고 전문의 기피와 인력 쏠림 현상을 초래한 비급여·미용 진료에 대한 대대적 손질도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의료 인프라 붕괴의 해결은 요원할 것이다.
박미주 기자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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