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MSCI 선진국 편입에 주식시장 운명을 걸다"-블룸버그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3.05.3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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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MSCI 선진국으로 들어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편입 여부뿐만 아니라 만일 편입된다 하더라도 한국 증시에 도움이 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3.05.31.[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3.05.31.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MSCI의 '선진국' 지위에 주식 시장 운세를 걸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MSCI 선진국 편입으로의 움직임이 과연 좋은 방향인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공무원들도 재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MSCI는 한국을 신흥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MSCI 선진국 편입을 위한 조건은 ▷경제규모 ▷주식시장규모 ▷시장접근성 등 3가지다. 한국은 이중 경제규모와 주식시장 규모는 충족했으나 시장 접근성은 미흡한 상태다.

윤석열 정부는 MSCI 선진국 편입에 필요한 금융 당국 차원의 자본시장 개편 마련에 일찌감치 착수했다. 지난해부터 공매도 확대 계획 외에도 배당금 지급 투명성 제고, 외국인 투자자 등록 절차 간소화, 외환시장 24시간 거래 체제 도입 등 시장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은 홍콩에 비해 더 많은 글로벌 대기업을 유치했고, 스페인보다 더 높은 구매력을 달성했으며, 3년 전까지만 해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이탈리아를 추월했다"며 "하지만 MSCI에서 신흥시장으로 분류하며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받아 투자잠재력을 손상시키고, 이는 증시 저평가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한국정부가 MSCI 선진국에 들어가려는 가장 큰 이유로 MSCI지수를 추종하는 대형 펀드 등 자본시장 규모를 들었다. 블룸버그는 MSCI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을 "대학 스포츠에서 빅리그로 이동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골드만삭스 추정치에 따르면 MSCI 신흥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규모는 1조8100억달러(2395조원)인데, MSCI 선진국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는 3조4900억달러(4615조원)으로 두 배가량 차이가 난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유동성을 좌지우지하는 영국 증권거래소 자회사이자 채권 중심 시장인 FTSE 러셀(Russell)과 뉴욕의 S&P 다우존스 등도 MSCI 지수를 참고해 적극적인 투자가능한 인덱스를 별도로 개발해 운용하기 때문에 선진국 편입의 효과는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 주식시장의 '오래된 규제 해소'와 '소액주주 권익보호'를 내세워 선진국 지수로의 '업그레이드'를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MSCI 선진국으로 편입되면 아시아에서 새로운 자본시장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 또 500억달러(66조원) 이상의 자금 유입도 기대해볼 만하다. 펀드매니저들은 "한국이 MSCI 선진국에 편입된다면 주식 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줄고, 증시 변동성은 낮아지며, 코스피지수의 대세 상승을 위한 '추가 연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이사는 블룸버그에 "1997년부터 한국을 선진 경제로 분류했기 때문에 한국은 자격이 있는 셈"이라며 "여러 차원에 걸쳐 선진국으로 향하는 문턱을 넘은 경험을 쌓았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우려도 적잖다. MSCI 신흥국 지수에서는 12% 정도의 비중을 차지했지만, 선진국 지수로 편입되면 비중이 1~2%로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의 픽텟 에셋 매니지먼트의 이영재 선임투자책임은 "약 8억달러(1조600억원) 규모의 신흥시장 펀드에서 커버하고 있는 한국 기업 주식 10개를 매도하고, 선진국 펀드에서 1종목(아마도 삼성)만 매입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베스코의 멀티에셋 투자를 총괄하는 성창환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한국이 선진국으로 승격되면 MSCI 지수에 기여하는 한국 주식이 줄어들어 '더 큰 연못 속의 작은 물고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시장의 24시간 개방도 관건이다. 국가 통화 시장에 대한 제한 해제는 MSCI가 선진국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의 하나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강국 일본 리츠메이칸대 경제학과 교수는 "궁극적으로 MSCI가 원하는 것은 24시간 원화 환전이 가능하도록 역외통화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하지만 일본 엔화나 심지어 태국 바트화와 달리 우리나라 원화 거래는 자금 유출에 대한 금융 당국의 우려로 인해 현지 영업시간으로 제한된 상태다. 다만 한국 정부는 2024년 후반부터 원화 거래를 런던 시간까지 확대하고, 일부 역외 기업이 국내 은행 간 통화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일부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면 역외 거래는 계속 제한된다.

이는 1997년 IMF 구제금융을 지나며 외환 유출과 외채 부담의 '트라우마'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당시 외환위기로 코스피는 사상 최대인 42%, 원화 가치는 47% 폭락했고 한국은 570억 달러 규모의 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다.

다만 기사는 자본시장 체질 개선이라는 중장기 과제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요소에 포커스를 뒀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MSCI 선진국으로 편입될 경우 고질적 문제로 제기된 '재벌' 기업의 지배 구조의 개편을 촉발하고, 여타 선진 시장과 비교해 자연스레 기업은 주주 친화적 조치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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