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는 출고가 따라, 맥주는 출고량따라"…복잡한 주세, 왜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3.05.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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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서울 시내 한 편의점 주류 매대. 2023.05.29.[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서울 시내 한 편의점 주류 매대. 2023.05.29.


맥주·탁주(막걸리)는 출고량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되 세율은 물가에 연동. 단, 생맥주는 세율 20% 경감. 소주 등 증류주는 출고 가격에 비례해 세금 부과...

주종별 세금 부과 체계가 원래부터 복잡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9년 50여년 만에 주세법을 개정하기 전까진 주종에 관계없이 종가세(출고 가격에 비례해 세금 부과)가 적용됐다. 당시 정부가 주세 체계를 바꾸며 내건 명분은 '과세 형평성'과 '주류 산업 육성'이었는데 논란은 여전하다. 주세법 추가 개정 전망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주세법이 제정된 것은 1949년으로 당시에는 주종과 관계없이 모두 종량세(출고량에 비례해 세금 부과)를 적용했다. 정부가 종량세를 종가세로 전환한 것은 1968년이다. 주류 소비 억제와 세수 증대가 주목적이었다.

이후 50여년 동안 종가세가 유지됐다. 그러다 수입 맥주의 공세가 판을 흔들었다. '4캔에 1만원'으로 대표되는 수입맥주의 공격적 마케팅이 벌어지자 국내 맥주 업계의 불만이 터졌다. 여기에 종가세 체계가 원가가 높은 고급술 개발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겹치며 2019년 주세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됐다.



2019년 당시 국내 맥주업계는 주세 체계상 수입 업체와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국산 맥주는 '출고 시점' 가격에 주세를 부과했는데 해당 가격에는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매출 이익 등이 모두 포함됐다.

반면 '수입신고 시점'에 주세를 부과하는 수입맥주는 수입가액과 관세만 과세표준에 포함되고 판관비 등은 제외돼 상대적으로 적은 세금이 부과됐다. 수입맥주를 4~5캔에 1만원 수준으로 판매할 수 있었던 이유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2020년부터 맥주·탁주에 종가세가 아닌 종량세를 적용했다. 다만 출고가가 저렴한 생맥주는 종량세를 적용할 경우 세 부담이 급등하는 점을 고려해 세율을 20% 낮췄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소주를 꺼내고 있다. 2023.02.26.[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소주를 꺼내고 있다. 2023.02.26.
당시 정부는 소주 업계 반발을 고려해 소주 등 다른 주종에 대해선 종가세를 유지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지만 도수가 높은 소주는 종가세 대신 종량세를 적용할 경우 세 부담이 늘어난다.

반면 위스키·보드카 등 소주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고가의 증류주는 종량세를 적용할 경우 세 부담이 줄어 소주 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당시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장기적으로는 모든 주종이 종량세로 전환되는 게 맞다"며 "업계와 계속 논의하면서 종량세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소주 등 다른 주종에 대해서도 종량세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에선 주종에 관계 없이 종량세를 적용해 과세 형평성 논란을 없애고 토종 위스키 등 고품질 주류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세 체계 개편에 있어 정부가 고려하는 또 다른 요소는 '세수'와 '물가'다. 정부는 지난해 3조8000억원 걷힌 주세가 올해 3조2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세수 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 주세법 개정으로 내년 주세가 더 줄어들 경우 정부 부담이 커진다.

정부가 물가연동제 폐지를 검토하는 것은 고물가 상황 때문이다. 정부는 2020년 맥주·탁주에 종량세를 적용하면서 매년 물가상승률에 비례해 세율을 조정하는 물가연동제를 도입했다.

물가 상승에 따라 가격이 오른 만큼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는 종가세 적용 주류와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물가 인상에 편승해 주류 가격을 크게 올리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번에 물가연동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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