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6000억 빠졌다…'空모주펀드'된 공모주펀드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3.05.2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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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6000억 빠졌다…'空모주펀드'된 공모주펀드


올해 중소형주가 이끌었던 IPO(기업공개) 시장이 또다시 흔들린다. 저조한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하거나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밑도는 공모주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공모주 펀드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연초 이후 6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공모주 펀드에서 빠져나갔다.

22일 펀드 평가업체 KG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공모주 펀드에서 6840억원이 순유출됐다. 자금이 빠져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이뤄진 급격한 금리 인상 때문이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상장하려는 회사들은 기대하는 밸류에이션을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했고, 투자자들도 주식보다는 채권,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 1년간 공모주 펀드에서 2조6000억원이 넘는 돈이 순유출됐다.



올해 금리 상승 기조가 꺾인 만큼 공모주 펀드에 봄이 찾아올 것이란 기대가 컸으나 여전히 투자자들 반응은 냉랭하다. 상반기 공모주들이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으나 중소형주 위주였고, 대어(大漁)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연초 컬리, 케이뱅크, 골프존카운티, 현대삼호중공업 등 대어들이 상장을 연기했고, 오아시스는 부진한 수요예측 탓에 상장을 철회했다.

한 공모주 펀드 운용역은 "규모 100억~500억 정도의 중소형주들은 기관들이 배정받는 금액이 크지 않다"며 "공모주 펀드에 들어가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막상 공모주가 상장 이후 100% 이상 수익률을 올려도 공모주 펀드 전체 수익률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모주펀드가 예상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자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 20곳(리츠, 스팩 제외) 중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기업은 이날 기준 바이오인프라, 씨유박스, 에스바이오메딕스밖에 없다. 미래반도체의 이날 종가는 2만9550원으로 공모가(6000원) 대비 392.50% 상승했다. 꿈비, 제이오, 오브젠은 공모가 대비 각각 297%, 128.08%, 116.67% 뛰었다. 반면 연초 이후 공모주 펀드 평균 수익률은 4.27%에 불과하다.

최근 공모주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오는 24일 상장을 앞둔 기가비스는 지난 15~16일 일반투자자 청약에서 경쟁률 824대 1, 증거금 9조8215억원을 기록, 대박을 터트렸다. 그러나 지난 19일 상장한 씨유박스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공모가는 희망범위(1만7200~2만3200원)을 밑돈 1만5000원으로 확정됐다. 상장 후에도 주가는 하락했고, 현재 주가는 공모가 대비 8.73% 떨어졌다. 지난 4일 상장한 에스디바이오메딕스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12.94%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대어들이 상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두산로보틱스와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상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두산로보틱스의 몸값을 2조~3조원대로 추정한다. LG CNS와 CJ올리브영도 연내 상장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하반기 상장하는 대어들은 로봇, 2차전지 등 유망 산업 기업들"이라며 "밸류에이션이 적정하다면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리 상승 기조가 꺾이고, 예금·채권의 기대수익률도 하락한 것은 공모주 펀드에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다만 공모주 종목을 잘 고르는 옥석 가리기 역량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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