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22년 6월 3일 손실보전금 수령 현장 점검 차 방문한 서울 마포 홍대 상점가에서 소상공인들로부터 현장 목소리를 듣고 있다. /사진=뉴스1(중기부 제공)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해 5월 16일 중기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한 일성이다. 이 장관은 코로나19(COVID-19)의 한복판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경제적 타격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소상공인에게 더 직접적이었고 더 강했다.
"진심이 닿다"...소상공인의 딸이자 기업인으로서의 애환에 '울컥'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22년 5월25일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내 손실보상금 수령 점포를 찾아 상인들의 의견을 들은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중기부 제공)
발빠른 이 장관의 행보는 손실보전금 지급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5월 30일 손실보전금 추가경정예산이 확정되자 당일 지급을 개시해 4일만에 325만개사에 19조8000억원(86%)을 신속 집행하는 성과를 냈다.
'신속 지급', '온전한 보상'에 대한 의지는 이 장관의 개인사와 맞물린다. 이 장관은 현장을 찾을 때 늘 상인들이나 기업인들에게 감정이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현장에서 종종 '나 역시 소상공인의 딸이다', '기업인으로서의 체감하는 어려움 이해한다' 등의 말을 꺼내며 감정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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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관계자는 "이 장관의 어머니가 여든 연세에도 치킨집을 했던 것을 봐 왔기에 소상공인에 대한 애환이 있다"며 "또 스타트업을 한 기업 대표로서 그들의 고충도 잘 알기에 기업인들에 대한 애정도 누구보다 크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소상공인의 얘기를 듣다 어머니를 떠올린 듯 '울컥'하고, 중소기업인들의 고충을 듣는 자리에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이유다.
이 장관은 기자들과 사석에서 "난 엄청나게 성공한 기업가가 될 줄 알았지만 사업적으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며 "그러나 중소기업인들이 시기마다 마주하는 문제들을 알기에 누구보다 그들이 온전히 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열정에 미치다"...춤꾼으로 데뷔한 사연?
중기부는 2020년부터 동행축제를 열어왔다. 코로나19로 단절된 일상회복과 온 국민이 함께 즐기면서 상생 소비를 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해 경제 활성화를 견인하자는 취지였다.
이 장관이 임명된 2022년에도 동행축제가 예정돼 있었는데 5월에서 7월로, 7월에서 9월로 연기됐다. 이 장관의 불호령이 떨어져 연기가 불가피했다는 후문이다. 이 장관은 '이렇게 안일하게 준비하면 진정한 소비촉진이 되겠냐', '당장 연기해서 다 뒤집어 더욱 세밀한 계획안을 가져와라' 등의 질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봄에서 가을로 밀린 동행축제는 '역대급' 흥행이라는 성과를 낳았다. 지난해 9월 1일부터 1만1300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참여한 동행축제에선 51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장관은 동행축제의 흥행을 보며 동행축제의 스핀오프(파생작)격인 '윈·윈터 페스티벌'을 기획한다. 12월에 4만7000개 업체가 참여한 행사에선 약 1조원에 가까운 매출(9516억원)을 기록했다.
장관 체통을 벗어던진 이 장관의 열정도 한 몫을 톡톡히 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직접 나서 축제 참여를 독려하는 춤까지 췄다. 고객 유치를 위해선 자신의 이미지를 버리는 것도 서슴치 않겠다는 CEO다운 장관의 행보다.
"낮게 임하다"...14년만의 두드림으로 닻 올린 납품대금연동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2월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KT 우면 연구센터에서 열린 공정한 거래 문화 정착을 위한 납품대금 연동제 로드쇼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해 12월 9일 이 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납품대금 연동제 관련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성과에 대해 "개인적으로 울컥한다"고 했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장관은 관련 법안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연내 통과를 위해 6개월간 각계 인사, 협단체 인사들과 접촉했다. 납품대금 연동제에 여전히 불편해 하는 기업 단체를 만나 설득할 수 있다면 어디든 찾았다.
이 장관은 또 중소기업들이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위기를 겪을 때도 소방수를 자처하며 뛰었다. 중기부 장관이 금융위원장과 함께 기업인들을 만나는 것은 이례적인데 형식이나 의전 등은 신경쓰지 않았다. 중소기업의 코로나19 특별 만기연장·상환유예 추가 지원을 위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수차례 만나 금융위의 지원 사격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