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 장인 이영 중기부 장관의 뚝심…'진심·열정·겸손'으로 성과 낸 1년

머니투데이 세종=오세중 기자 2023.05.05 10:20
글자크기

[尹정부 1년, 이영 장관의 365일]①손실보전금 지급 개시 4일만에 86% 성과 낸 근성

편집자주 윤석열정부가 오는 5월10일 출범 1년을 맞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공급망 재편 등으로 대한민국이 복합위기로 휩싸인 1년이었다. 윤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들은 이 위기를 돌파하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1년이었다고 자평한다. 머니투데이가 쉼없이 달려온 장관들의 365일을 되돌아보며 윤석열 정부 1년을 정리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22년 6월 3일 손실보전금 수령 현장 점검 차 방문한 서울 마포 홍대 상점가에서 소상공인들로부터 현장 목소리를 듣고 있다. /사진=뉴스1(중기부 제공)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22년 6월 3일 손실보전금 수령 현장 점검 차 방문한 서울 마포 홍대 상점가에서 소상공인들로부터 현장 목소리를 듣고 있다. /사진=뉴스1(중기부 제공)


"가장 시급한 일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완전한 회복을 돕는 것이다.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고 저금리 융자, 재취업·재창업 등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자립과 재도전을 지원하겠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해 5월 16일 중기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한 일성이다. 이 장관은 코로나19(COVID-19)의 한복판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경제적 타격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소상공인에게 더 직접적이었고 더 강했다.



1세대 벤처창업가, 스타트업 대표 출신 등은 중기부장관에 딱 맞는 이력이었지만 코로나 극복, 소상공인 피해 회복 등 난제를 풀어낼 경험이 될 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인의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었다. 중소기업청이 중기부로 승격된 후 4대 수장이 된 이 장관은 1년간 현실적 지원, 감성적 공감 등을 바탕 삼아 현장을 누볐다.

"진심이 닿다"...소상공인의 딸이자 기업인으로서의 애환에 '울컥'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22년 5월25일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내 손실보상금 수령 점포를 찾아 상인들의 의견을 들은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중기부 제공)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22년 5월25일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내 손실보상금 수령 점포를 찾아 상인들의 의견을 들은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중기부 제공)


이 장관을 향한 의구심은 기우에 불과했다. 이 장관은 취임 후 첫 행보로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상인들과 만나 이야기하면서 손실보상 사각지대 해소는 물론 찾아오는 전통시장으로의 변화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발빠른 이 장관의 행보는 손실보전금 지급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5월 30일 손실보전금 추가경정예산이 확정되자 당일 지급을 개시해 4일만에 325만개사에 19조8000억원(86%)을 신속 집행하는 성과를 냈다.

'신속 지급', '온전한 보상'에 대한 의지는 이 장관의 개인사와 맞물린다. 이 장관은 현장을 찾을 때 늘 상인들이나 기업인들에게 감정이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현장에서 종종 '나 역시 소상공인의 딸이다', '기업인으로서의 체감하는 어려움 이해한다' 등의 말을 꺼내며 감정을 공유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이 장관의 어머니가 여든 연세에도 치킨집을 했던 것을 봐 왔기에 소상공인에 대한 애환이 있다"며 "또 스타트업을 한 기업 대표로서 그들의 고충도 잘 알기에 기업인들에 대한 애정도 누구보다 크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소상공인의 얘기를 듣다 어머니를 떠올린 듯 '울컥'하고, 중소기업인들의 고충을 듣는 자리에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이유다.

이 장관은 기자들과 사석에서 "난 엄청나게 성공한 기업가가 될 줄 알았지만 사업적으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며 "그러나 중소기업인들이 시기마다 마주하는 문제들을 알기에 누구보다 그들이 온전히 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열정에 미치다"...춤꾼으로 데뷔한 사연?


중기부는 2020년부터 동행축제를 열어왔다. 코로나19로 단절된 일상회복과 온 국민이 함께 즐기면서 상생 소비를 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해 경제 활성화를 견인하자는 취지였다.

이 장관이 임명된 2022년에도 동행축제가 예정돼 있었는데 5월에서 7월로, 7월에서 9월로 연기됐다. 이 장관의 불호령이 떨어져 연기가 불가피했다는 후문이다. 이 장관은 '이렇게 안일하게 준비하면 진정한 소비촉진이 되겠냐', '당장 연기해서 다 뒤집어 더욱 세밀한 계획안을 가져와라' 등의 질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봄에서 가을로 밀린 동행축제는 '역대급' 흥행이라는 성과를 낳았다. 지난해 9월 1일부터 1만1300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참여한 동행축제에선 51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장관은 동행축제의 흥행을 보며 동행축제의 스핀오프(파생작)격인 '윈·윈터 페스티벌'을 기획한다. 12월에 4만7000개 업체가 참여한 행사에선 약 1조원에 가까운 매출(9516억원)을 기록했다.

장관 체통을 벗어던진 이 장관의 열정도 한 몫을 톡톡히 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직접 나서 축제 참여를 독려하는 춤까지 췄다. 고객 유치를 위해선 자신의 이미지를 버리는 것도 서슴치 않겠다는 CEO다운 장관의 행보다.

"낮게 임하다"...14년만의 두드림으로 닻 올린 납품대금연동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2월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KT 우면 연구센터에서 열린 공정한 거래 문화 정착을 위한 납품대금 연동제 로드쇼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2월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KT 우면 연구센터에서 열린 공정한 거래 문화 정착을 위한 납품대금 연동제 로드쇼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14년의 두드림, 그 문이 열렸다. 또 하나의 역사가 시작된다. 반드시 공정한 상생의 거래 문화를 대한민국에 정착시켜 나가겠다"

지난해 12월 9일 이 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납품대금 연동제 관련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성과에 대해 "개인적으로 울컥한다"고 했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장관은 관련 법안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연내 통과를 위해 6개월간 각계 인사, 협단체 인사들과 접촉했다. 납품대금 연동제에 여전히 불편해 하는 기업 단체를 만나 설득할 수 있다면 어디든 찾았다.

이 장관은 또 중소기업들이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위기를 겪을 때도 소방수를 자처하며 뛰었다. 중기부 장관이 금융위원장과 함께 기업인들을 만나는 것은 이례적인데 형식이나 의전 등은 신경쓰지 않았다. 중소기업의 코로나19 특별 만기연장·상환유예 추가 지원을 위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수차례 만나 금융위의 지원 사격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