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슐린 비싸" 압박에 가격 70% 내린 빅파마… 韓기업에 기회?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03.2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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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든 행정부, "약가 내려라" 압박
내년부터 인슐린 가격 70%↓… 제약사, 수익성 악화 직면
혁신 신약 도입 가능성… "국내 파이프라인 매력도 높아져"

美"인슐린 비싸" 압박에 가격 70% 내린 빅파마… 韓기업에 기회?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약가 인하 압력을 가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연거푸 인슐린 가격을 70% 이상 대폭 내렸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이하 IRA) 영향으로 오는 2026년부터 판매량 상위 10개 의약품 가격도 내릴 전망이다.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인수합병과 정리해고로 대응하는 가운데 국내 바이오 기업에는 기술수출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제약사인 일라이일리를 비롯해 노보노디스크와 사노피가 자사의 인슐린 제품 가격을 큰 폭으로 인하했다. 일라이릴리는 올해 4분기부터 '휴물린(Humulin)'과 '휴마로그(Humalog)' 약가를 70% 내린다고 밝혔다. 내년 1월부터는 노보노디스크의 '노보로그(Novolog)' 가격이 75%, 사노피의 '란투스(Lantus)'는 78% 인하된다.



이들 제약사가 인슐린 가격을 인하하는 이유는 바이든 행정부가 설정한 '인슐린 가격 35달러'에 맞추기 위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약가 통제에 강력한 의지를 밝혀왔다. 인슐린 한 병을 만드는 데 10달러밖에 안 들지만 제약사들이 이를 30배나 더 비싸게 판다고 지적하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나는 중산층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출마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약가 인하 의지는 지난해 8월 서명한 IRA에도 담겼다. IRA 헬스케어 부분의 주요 내용은 판매량이 높은 상위 50개 의약품 가격을 두고 정부와 제약사가 협상한다는 것이다. 협상 대상이 되는 10개 의약품 목록이 우선 올해 9월 발표되고, 2026년부터 인하된 가격이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2031년까지 1020억달러(약 133조원) 헬스케어 비용을 절약한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 목표다.



약가 인하로 제약사들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게 됐다. 가령, 인슐린 제품 란투스의 지난해 매출은 22억5900만유로(약 3조원)다. 사노피 전체 매출의 5% 비중을 차지한다. 란투스 가격 78%를 인하하는 사노피는 내년부터 매출 공백을 겪을 수밖에 없다.
美"인슐린 비싸" 압박에 가격 70% 내린 빅파마… 韓기업에 기회?
제약사들은 인수합병과 정리해고 등으로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화이자는 코로나19(COVID-19) 백신·치료제 판매로 확보한 현금을 이용해 항체-약물접합제(ADC) 전문 기업 시애틀제네틱스(Seagen·시젠)를 43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미래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 차세대 의약품으로 평가받는 ADC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것이다. 화이자의 주요 항암제 파이프라인은 저분자 화합물로 IRA로 인한 약가 인하 우려가 더 컸다. 특히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Ibrance)는 오는 9월 발표될 약가 협상 대상 의약품 후보로 빈번하게 거론됐다.

암젠은 지난 17일 450명 직원을 정리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약가 인하 압력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450명은 전체 임직원(약 2만5000명)의 2% 미만이지만, 암젠은 올해 1월에도 300명을 구조조정을 한 바 있다.

IRA 이슈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슈 초기에는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글로벌 제약사가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이면서 기술수출이 줄어드는 것 이냐는 우려가 나왔었다. 기술수출을 주력으로 매출을 올리는 국내 기업에는 치명적인 부정적 요인이다.


그러나 화이자가 시젠을 인수한 사례가 등장하면서 오히려 인수합병과 기술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생겼다. 약가 인하에 대응하기 위해 오히려 글로벌 제약사가 다수의 신규 약물을 도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선경 IBK 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신약 개발사의 파이프라인은 주로 특정 변이나 환자 타깃하고 3rd -4th 계열 내 최고 신약(Best-in-class)에 집중돼 시장 매력도가 떨어졌으나, 글로벌 제약사의 수익성 방어에 따른 전략 변경으로 기술이전 매력도가 높아졌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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