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법조타운. 오른쪽부터 서울중앙지법, 서울중앙지검, 대검찰청, 대법원. /뉴스1
마음이 급한 쪽은 선공을 당한 검찰이다. 법원이 덜컥 압수수색 영장 발부 요건을 강화하는 형사소송규칙 개정 방침을 밝히면서 시간에 쫓기게 됐다.
검찰 입장에선 수사기밀 유출이나 수사 지연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법원이 제도 개정에 나선 이유가 엉뚱한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 법조계에선 디지털 증거에 대해 제한 없는 압수수색 제도를 손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다.
영장 범위를 벗어난 정보는 법정에서 유죄 증거로 사용될 수 없지만 수사기관에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정보가 들어가는 것은 별개의 영역이다. 기본권 보장의 마지막 보루를 자처하는 법원의 진정성을 마냥 비판할 순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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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법원이 개정 방침을 내놓은 시점이 갑작스럽다는 점이다. 법원 방침과 반대편에 선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은 물론이고 중립지대 혹은 법원 입장에 좀더 가까울 변호사업계에서도 판·검 출신에 따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최근엔 검사 출신으로 법관에 임용된 3년차 판사까지 법원 내부게시판에 규칙 개정을 재고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대법원이 제도 변경을 법률 개정이 아니라 사법부 재량권인 형사소송규칙 변경으로 추진하면서 논의 범위가 상당히 제한된 상황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국회에서 법률 개정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이 때문이다. 수사 체계를 넘어 국민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형사 절차 변경인 만큼 사회적으로 숙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형사전문 21년차 변호사는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결과까지 선하다는 보장은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나쁜 놈' 잡을 무기를 제한하지 말아달라는 검찰의 절실함에도, 인권을 방어하겠다는 법원의 원칙론에도 공평하게 적용될 말이다.
언젠가는 검찰이 영장 청구를 위해 범죄의 세계 실시간 검색어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때까지 가는 과정이 구설수 없이 법과 사법체계의 존재 이유에 부합하도록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로 채워지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변수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존경하는 재판장님들의 현명한 판단을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