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스트레스, 뇌 악영향…학습 문제에 인격 장애까지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3.02.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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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강도 극심할수록 뇌 속 '신경전달물질' 손상 커져

한국원자력의학원 연구팀이 유아나 아동기 스트레스가 극심할 경우 뇌 속 신경전달물질이 손상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한국원자력의학원 연구팀이 유아나 아동기 스트레스가 극심할 경우 뇌 속 신경전달물질이 손상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생애 초기 스트레스가 학습과 기억 형성은 물론 감정 조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질수록 뇌 속 신경전달물질 손상은 더 커졌고, 그 여파로 뇌 기능이 떨어졌다는 내용이다.

14일 한국원자력의학원에 따르면, 오세종·최재용 박사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정신의학 최신연구'(Frontiers in Psychiatry)에 이런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동물실험으로 규명된 연구지만, 연구팀은 성인 정신질환 발병 원인을 찾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추신경계는 흥분성·억제성 신경세포를 통해 인지·사고·행동 등 정상적 기능을 유도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생애 초기 스트레스와 관련된 뇌 연구는 실험실 단위에서만 이뤄져 왔다. 실제 뇌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흥분성·억제성 신경 활성의 기능적 변화를 관측한 연구는 미미한 실정이다.

이에 연구팀은 스트레스가 뇌에 미치는 생애주기별 추적 연구에 주목했다. 쥐처럼 작은 동물을 대상으로 '양전자 단층 촬영'(PET)을 실시하고자 했다. PET는 살아있는 생명체 내부의 생화학적 변화를 영상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암컷·수컷 실험쥐를 생후 2일부터 어미와 떨어뜨리는 '모성 분리' 스트레스를 가했다. 하루 4시간씩 12일간 이를 지속했다. 연구팀은 △모성 분리 스트레스 그룹 △모성 분리 스트레스와 우리 안에 갇히는 복합 스트레스 그룹 △정상 그룹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 그룹에게 각각 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가바·글루타메이트·세르토닌 등을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방사성 의약품을 주사했다. 뇌 속 신경전달물질이 많이 손상될수록 방사성 의약품 흡수율이 낮아지도록 실험을 설계했다.

그 결과 모성 분리 스트레스를 받은 그룹은 정상 그룹 대비 가바 관련 방사성 의약품 흡수율이 낮았다. 가바는 흥분을 조절하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다. 수컷의 의약품 흡수율은 7~12%, 암컷은 19~27% 더 낮았다. 스트레스로 뇌 속 신경전달물질이 손상돼 이를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진 것이다.


또 학습과 기억 형성에 중요한 글루타메이트는 암컷 11~16%, 수컷 7~15% 더 낮았다. 감정을 조절하는 세르토닌도 암컷 19~28%, 수컷 7~11% 모두 낮게 나타났다. 연구에선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속 신경전달물질 손상은 암컷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모성 분리 스트레스와 추가적인 복합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뇌 속 신경전달물질 손상은 더욱 커 의약품 흡수율이 떨어졌다. 정상 그룹과 비교했을 때 최대 38%까지 낮았다. 이는 스트레스 강도가 극심할수록 뇌 속 신경전달물질 손상이 더욱 커진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스트레스가 뇌에 미치는 생애 주기별 추적 연구와 다양한 표적 치료제에 대한 성별 효능 평가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생애 초기 스트레스가 극심할 경우 뇌 속 신경전달물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내용. / 사진제공=한국원자력의학원생애 초기 스트레스가 극심할 경우 뇌 속 신경전달물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내용. / 사진제공=한국원자력의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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