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BMW그룹은 최근 멕시코 산루이스포토시주에 8억유로(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턴버그 공장 전동화 전환을 위해 17억달러(약 2조40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지 4개월 만에 새로운 북미 전략을 공개했다.
멕시코는 미국의 각종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곳이다. 미국·캐나다와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멕시코는 2025년 7월 발효되는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에서도 한 축을 담당한다. 미국보다는 캐나다가, 캐나다보다는 멕시코의 인건비가 저렴하다. 각종 무역규제로 인해 북미 역내 생산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멕시코에 투자하는 완성차 회사가 늘고 있다.
이들의 신규 전기차 생산라인 가동은 2025년 전후부터다. 2030년까지 북미의 가파른 전기차 시장 성장세를 이끌 한 곳이 멕시코다. 자연히 이곳에서 생산될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도 늘어난다. 미국에 선제적 투자를 바탕으로 선점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을 세운 국내 배터리 회사들 역시 이곳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 그간 미국 북부지역 중심의 배터리 투자가 미국 중·남부 또는 멕시코로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까지 K배터리의 현지 투자 계획은 미국·캐나다 접경지 중심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등이 대표적이다. 소재기업들도 이곳에 둥지를 튼다. 포스코케미칼-GM의 양극재 합작사, 솔루스첨닷노재의 전지박 공장이 캐나다 퀘벡주에 들어선다. 전통적 완성차 공장지대(러스트밸트)와 가깝고 캐나다가 배터리 핵심 광물 자원을 다량 보유했으며 공업용수도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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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밸트와 더불어 미국 완성차 산업을 양분하는 곳이 중·남부 선밸트다. SK온을 제외하면 국내 배터리 회사들의 선밸트 투자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반면, 유럽·아시아 대표 브랜드의 전동화는 이곳 중심이다. 현대자동차그룹, 폭스바겐그룹, BMW그룹, 토요타, 혼다 등이 선밸트에서 전기차를 생산한다고 속속 밝혔다. 이들 기업과 멕시코만의 해상물류 체계를 이용해 멕시코 전기차 시장 커버할 수 있는 선밸트가 우리 배터리 회사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규 배터리 투자는 고객사와 공동으로 재원을 부담하는 JV(조인트벤처) 방식이 주를 이룬다"면서 "완성차 회사는 안정적인 배터리 물량을 확보하고, 무거운 배터리 운송에 드는 물류비를 줄여 원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기꺼이 값을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의 향후 투자도 JV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여, SK온과 같이 중·남부 투자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