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0조 매물폭탄"…삼성생명법 증시만 흔드는 게 아니다[부꾸미]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방진주 PD 2022.12.30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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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법 개정안(일명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삼성전자 (78,900원 ▲1,500 +1.94%) 매물이 40조원 이상 시장에 나올 수도 있습니다."

지주사 지배구조 전문가로 꼽히는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자칫 한국 자본시장과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과도한 매물 출회로 인한 시장 충격과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에 따른 부작용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지적이다.

최 연구원은 "(삼성생명법 논란 보다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나 전문경영인, 이사회 중심의 경영으로 가기 위한 여러 제도적 고민이 먼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 담론을 두고 정치인, 경제인 등을 모두 포함한 깊이 있는 토론을 거치고 나서 그 다음 단계로 나가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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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40조 매물폭탄"…삼성생명법 증시만 흔드는 게 아니다[부꾸미]


Q. '삼성생명법'이라고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어떤 내용인가요?
▶최남곤 연구원 :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때 전체 운용자산에서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는데요. 현재는 계열사 지분 가치를 취득가 기준으로 하는데 이걸 시장가격으로 평가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한건 1960년대여서 거의 원가가 없는 수준이에요. 이를 시장 가격으로 재평가 하게 되면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거의 대부분을 팔아야 합니다.


이 논의가 처음 시작된건 2014년이었는데요. 보험사가 보험 계약자의 돈을 계열사 지배에 활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죠. 보험사 운용자산의 안정성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한 특정 자산의 비중이 높을 때 변동성 문제도 있고요.

Q. 보험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어떤 변화가 생기나요?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이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바뀌기 때문에 전체 운용자산의 3%를 제외한 나머지는 매각해야 합니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69%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요. 이를 0.43%까지 낮춰야 합니다. 거의 대부분 팔아야 한다는 거죠. 현재 가격 기준으로 대략 26조원 정도 됩니다.

삼성화재도 삼성전자 지분율을 1.49%에서 0.69%로 낮춰야 하는데요. 매도 규모는 약 2조6000억원입니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팔면 삼성물산이 1대주주로 올라서는데요. 그러면 삼성물산의 지주비율(자회사 가치/총 자산)이 50%를 넘어가면서 강제로 지주사로 전환됩니다.

그러면 삼성물산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의무적으로 30% 이상 보유해야 합니다. 현재는 약 5% 정도 보유 중인데 30%까지 높이려면 삼성전자 주식을 추가로 86조원 가량 매수해야 해요.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생명 지분을 팔면 해결된다고 하는데 그래도 돈이 많이 부족합니다.

남은 방법은 삼성물산이 지주사를 포기하는 겁니다. 지분율을 낮춰서 홍라희 여사에 이은 2대주주가 되는 건데요. 그러려면 지분율은 현재 5%에서 1.96% 이하로 낮춰야 합니다. 약 10조원 이상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거죠.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최종적으로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 팔아야 하는 삼성전자 주식은 40조원 이상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Q.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그룹의 지배력은 얼마나 약해지나요?
▶현재는 삼성 오너 일가와 삼성 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20.75%입니다. 그런데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배력은 8%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 약 7.8%를 보유한 2대주주인데요. 삼성그룹의 지배력이 8%대로 낮아지면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더 강해질 겁니다.

삼성전자를 이끄는 주체가 누구냐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KT나 포스코처럼 소유분산기업(확실한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에 가까운 형태의 지배구조가 될 겁니다.

그동안 소유분산기업의 경영을 보면 이사회 운영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KT나 포스코나 CEO(최고 경영자) 임명때마다 항상 문제가 많았어요. 정권이 바뀌면 누군가가 또 낙하산으로 내려 온다는 얘기도 있고요. 삼성전자가 혹시라도 소유분산기업이 되면 과연 그러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냐는 거죠.

Q.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도 소수 재벌에 의한 경영이 아니라 미국처럼 이사회와 전문 경영인 중심의 경영 체제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사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가 저평가 받는 현상)의 주요 원인이 오너가 모든 의사결정을 독점하면서 나오는 문제인 것도 있어요. 하지만 반대로 오너 경영을 하면서 임기제 CEO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채워주는 부분도 있거든요. 특히 반도체나 2차전지처럼 대규모 투자를 장기간 해야 하는 사업이라면 돈을 벌지 못해도 기다려 줄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거든요. 임기제 CEO에게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죠.

궁극적으로는 이사회 중심의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가야 되겠죠. 우리나라 재벌들을 보면 창업주의 경영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2세, 3세의 경영능력을 100% 신뢰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이사회 중심의 경영으로 가기 위해선 충분한 보상 체계와 전문성을 갖추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제도적 장치들을 먼저 마련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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