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FA 영입 실패' 매력없는 SF, 류현진 오기 전 TOR 닮았다

스타뉴스 김동윤 기자 2022.12.2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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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입단 기자회견 당시 류현진.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SNS 캡처2020년 입단 기자회견 당시 류현진.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SNS 캡처


미국 메이저리그의 이번 오프시즌에서 확실한 패자는 샌프란시스코가 될 듯하다. 애런 저지(30) 영입전에서 뉴욕 양키스에 밀린 데 이어, 영입 후 기자회견까지 앞둔 카를로스 코레아(28)란 다 잡은 물고기를 뉴욕 메츠로 보냈다. 대형 FA 선수를 잇따라 놓치는 샌프란시스코의 행태에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그중에는 류현진(35)을 영입하기까지 별반 다르지 않았던 토론토의 과거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의 벤 니콜슨-스미스는 22일(한국시간) "몇 년 전 토론토 팬들은 조지 스프링어(33) 이전에 다양한 FA 영입전에서 토론토가 2위를 차지한 것처럼 보였을 때 좌절했다. 시도를 안 하는 것보단 낫지만, 샌프란시스코 팬들이 저지와 코레아를 놓친 후에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토론토는 FA 스프링어와 6년 1억 5000만 달러(약 1924억 원), 호세 베리오스(28)와 7년 1억 3100만 달러(약 1680억 원) 규모의 연장계약 등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척척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 FA를 구경하기 힘든 팀이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토론토로 가는 것을 싫어했다. 메이저리그의 유일한 캐나다 팀으로서 지리적으로 동떨어진 것은 둘째 치고 캘리포니아주를 제외한 웬만한 곳보단 세금이 높아 선수들이 이적을 꺼렸다.

이적을 감수할 만큼 매력적인 팀이 아닌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토론토는 2015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까지 무려 22년간 가을야구는 꿈도 못 꾸던 팀이었고 반등의 시기도 오래가지 않았다. 하지만 2019년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3)를 위시한 전국구 지명도를 가진 유망주들이 차례로 데뷔하면서 차츰 달라졌다.



토론토는 확실한 위닝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그해 12월 류현진과 4년 8000만 달러(약 1026억 원)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기준 구단 역사상 투수 FA 최고액이었고 토론토 프런트에 자신감을 안겨준 화룡점정이었다. 류현진은 계약 첫해인 2020년,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면서 토론토를 가고 싶은 매력적인 팀으로 바꿔놨다. 이 계약을 시작으로 스프링어 같은 대형 FA 선수들이 속속 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베리오스와는 팀 친화적인 계약도 할 수 있었다.

류현진./AFPBBNews=뉴스1류현진./AFPBBNews=뉴스1
지난해 베리오스와 연장계약 당시 또 다른 캐나다 매체 토론토 선은 "류현진과 스프링어의 계약은 다소 비쌌다. 인기 구단이 아닌 토론토가 선수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프리미엄을 지불했다"고 전했다. 이어 "베리오스는 류현진보다 적은 액수(연 평균 금액)의 계약을 받았고 당시 류현진보다도 5살 더 어리다. 토론토는 일이 이렇게 잘 풀린 것에 전율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니콜슨-스미스가 들려준 토론토 이야기는 샌프란시스코에도 참조할 만한 사항이다. 최근 샌프란시스코는 뉴욕, LA에 버금가는 빅마켓팀임에도 대형 FA 선수들을 번번이 놓쳤다. 2018년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 지안카를로 스탠튼(33·뉴욕 양키스)을 시작으로 2019년 브라이스 하퍼(30·필라델피아)까지 모두 최종 영입 협상 테이블까지는 순조롭게 갔으나, 막판 근소한 차이로 영입에 실패했다.


올해는 저지 몸값만 올리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다 떨어져 나갔다. 코레아와는 13년 최대 3억 5000만 달러(약 4487억 원) 계약에 합의하고 입단 기자회견까지 앞뒀으나, 메디컬 테스트에서 아쉬운 점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발표를 미루다 뉴욕 메츠에 빼앗겼다.

현재 샌프란시스코도 과거 토론토처럼 매력적이지 못한 닮은 꼴 팀임은 분명하다. 2016년 포스트시즌 후 꾸준한 성적을 내지 못했고 게레로 주니어처럼 미래가 밝은 유망주도 없다. 여기에 합리적인 계약을 이유로 프리미엄을 지불하기까지 꺼리니 팀의 구심점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번 겨울 대형 FA들이 모두 팀을 찾았고 샌프란시스코는 내년 시장에 나올 오타니를 정조준하고 있다. 그때 샌프란시스코는 류현진에게 과감하게 투자했던 토론토처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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