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이주희 인턴 디자인기자
29일 가전업계 관계자는 최근 냉장고·세탁기·TV 등 주요 제품군의 수요 둔화 현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올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원재료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기 때문에, 제품 재고가 꾸준히 누적되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 우려로 가격 할인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월드컵·블랙프라이데이 등 가전 성수기를 맞아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는 가전 기업도 진퇴양난에 빠졌다.
재고자산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전 기업들의 주름살도 깊어졌다. 3분기 삼성전자의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DX부문의 재고는 27조 974억원이며, LG전자의 가전(H&A)부문 재고는 3조 8418억원이다. 같은 기간 양사의 주요 가전 품목 공장 가동률도 2~10% 하락했는데, 당분간 수요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올 하반기까지 생산량 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철강·구리 등 주요 원재료와 물류비가 지속 상승하면서 가전업계의 제조원가 부담은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생산하는 가전의 주요 원재료인 강철과 구리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보다 각각 21.3%·42.3%나 올랐다.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원가율(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 동기(58.0%)보다 4.6% 상승한 62.6%인데, 이는 최근 6개 분기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전 불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성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지난해보다 14.0% 증가한 18조 4556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했으며, LG전자는 전년 동기보다 4000억원(15.6%) 증가한 2조 9697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미래 수요 반등을 대비한 장기적 관점에서의 지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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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원재료·마케팅 비용이 많이 필요한 프리미엄 제품의 생산이 증가한 상황에서 소비심리가 둔화되다 보니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고가 재고'의 비중이 큰 폭으로 늘었다"라며 "연말 성수기에 적체된 재고자산을 해소해야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격을 할인해 매출을 상승시키더라도 되레 영업익은 감소할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