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동포인데 혐오?…이민 없으면 2700년 한국 사라진다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세종=안재용 기자 2022.10.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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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이민청, 피할 수 없는 선택(上)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소멸의 길에 들어섰다. 올해로 3년째 인구가 줄고 있다. 산업 현장엔 일할 사람이 없어 2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비어있다. 해외에서 사람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문화적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재외동포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도 현실적 방안 중 하나다. 캐나다·싱가포르를 비롯한 이민 선진국들의 경험 등을 토대로 해법을 찾아보자.

"외국인 1명이 한국인 2명몫 한다"…이민 없으면 소멸하는 대한민국
[과천=뉴시스] 김금보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 2022.10.19.[과천=뉴시스] 김금보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 2022.10.19.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을 투입했지만 '인구소멸'을 사실상 막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학계와 산업계는 '이민 장려'를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꼽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이민청 신설 검토를 언급하면서 체계적인 이민 정책 추진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이민 장려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이민자들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거부감을 완화·해소하고 문화적 융합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700만명에 달하는 재외동포를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민 없으면 2700년 대한민국 '소멸'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20~2070년'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지난 2020년 5184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2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총인구는 향후 약 50년 동안 급격히 감소해 2070년 3766만명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지난 2016년 3762만1000명으로 정점을 찍고 6년째 감소 중이며 2070년에는 1737만명까지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이 추세대로면 2700년쯤 우리나라는 마지막 국민이 사명하면서 아예 소멸하게 된다.



정부는 그동안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매년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을 투입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펴낸 '저출산 대응 사업 분석·평가'에 따르면 정부의 저출산 예산(국비 기준)은 2006년 1조원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 42조9000억원까지 불어났다. 그럼에도 인구절벽이 현실화되며 역대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사실상 모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구절벽과 함께 조선·택시 등 산업계 인력 부족 문제가 겹치며 외국 인력 유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빈 일자리 수는 23만4000개로 2018년 2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대구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외국인력 없으면 공장이 안 돌아간다"며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력은 대체로 고국에서 유능한 편이어서 사실상 한국인 2명 몫을 해낸다"고 말했다.


학계에선 이민 장려가 인구문제 해결의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오래 전부터 나왔다. 문병기 한국이민정책학회장(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은 "정부가 인구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재정을 투입했지만 사실상 아무 효과가 없었다"며 "이민 장려는 사실상 이제 남아있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했다.

'한민족' 동포인데 혐오?…이민 없으면 2700년 한국 사라진다


◇'한동훈 장관이 쏘아 올린 공'(한쏘공) 이민청

새 정부 출범 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민청 신설을 언급하면서 관련 논의가 탄력을 받았다. 한 장관은 지난 5월 취임사에서 "이민청 설립 검토를 포함해 이민 정책을 수준 높게 추진해 나갈 체제를 갖춰 나가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체계적 이민 정책 추진을 위해 이민청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이민 관련 업무를 △법무부(출입국·난민) △여성가족부(다문화가정) △외교부(재외동포) △고용노동부(외국인 근로자) △행정안전부(외국인 주민) 등 여러 부처가 나눠 맡고 있어 효율적인 정책 수립·추진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윤인진 한국이민학회장(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은 "이민청이라는 이름의 조직을 만드는 것은 본격적으로 '이민을 정부의 중요 정책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을 표명한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 정책이 선진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캐나다·싱가포르·이스라엘·일본 등은 정부가 이민청과 같은 별도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지난 6일 발표한 정부조직개편안에 '이민청 신설'을 직접 포함하지 않고 '출입국이주관리청'(가칭)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연내 합리적인 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청 설립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정해진 것은 없지만 출입국이주관리청은 일단 이민청과 비슷한 성격의 기관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민 정책이 성공하려면 '이민'에 대한 오해의 해소, 이민자·다문화가정 등에 대한 거부감 완화 방안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윤인진 회장은 "많은 사람이 이민을 '처음부터 한국에 완전히 정착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이것을 굉장히 두렵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세계 어느 나라든 외국인은 우선 단기 체류로 왔다가 국내에 적응, 기여할 수 있는 경우 선발돼 비자를 발급받아 정착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민족' 동포인데 혐오?…이민 없으면 2700년 한국 사라진다
◇700만 재외동포가 대안?

일각에선 약 700만명에 달하는 재외동포를 국내로 불러들이는 이른바 '역이민' 장려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일민족 의식이 강한 우리 국민들의 정서상 재외동포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작고, 재외동포 역시 문화적 유사성을 토대로 국내에 비교적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재외동포들과 만나 "복수국적 허용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 것도 재외동포 유입 장려 차원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현재 정부는 해외에서 거주하다가 영주 목적으로 국내에 입국하는 이들이 '만 65세 이상'인 경우에만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재외동포들은 복수국적 허용 연령이 지나치게 높아 한국에서의 경제 활동에 제약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외동포의 역이민을 활성화하려면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우수 재외동포를 국내로 유입시키려면 급여·교육·복지·의료 등 제반 여건에 있어 '한국으로 갈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신설하기로 한 재외동포청이 재외동포 지원을 넘어 역이민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수립 역할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병기 회장은 약 80만명에 달하는 국내 거주 중국 동포와 관련해 "영화 등의 영향으로 중국 동포의 강력범죄율이 높은 것으로 오해를 하고 반대로 이들이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은 알려지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다"며 "국민의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700만 재외동포, '소멸위기' 한국의 구원군될까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2.10.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2.10.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외교부의 재외동포 정책과 재외동포재단의 사업 기능을 아우르는 재외동포청을 신설한다. 신설 재외동포청은 730만 해외동포들의 복지와 권익 증진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가 되는 동시에 '인구소멸' 위기를 맞은 한국으로 동포를 다시 불러들이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일민족 국가로서 이민자에 대한 거부감이 큰 한국에서 '역이민'을 우선 장려함으로써 당면한 인구위기를 해결하고 중장기적으로 '이주'에 대한 거부감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지난 6일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방안에서 외교부장관 소속 재외동포청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재외동포청은 앞으로 외교부가 수행 중인 재외동포 정책 기능과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의 사업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재외동포 지원 기능이 강화되고 영사·법무·병무 등 원스톱 민원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재외동포청에 차관급 청장 1명과 차장 1명을 둘 계획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재외동포청을 설치키로 한 것은 재외동포 관련 정책·사업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재외동포는 732만명으로 한국 인구의 15%에 달하지만,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어 고국과의 연결고리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에 재외동포들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들의 복지와 권익 증진을 책임지는 전담 기관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았다.

재외동포청은 영사·법무·병무 등 서비스 제공 외에도 재외동포·단체 교류·협력, 차세대 동포교육, 문화홍보사업 등을 수행하게 된다. 한국의 해외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역할을 병행하는 것이다.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동포와 네트워크 활성화를 통해 우수한 해외자원 활성화가 가능해진다면 바람직한 일"이라며 "다만 해외동포들과 직접 대면하는 일은 여전히 해외에 주재하고 있는 대사관 또는 영사관이 맡게 되는 만큼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개선조치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재외동포청 신설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세계한인민주회의 2022년 콘퍼런스'에서 "재외동포, 재외국민에 대한 업무를 체계적으로 처리할 국가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며 "우리 공약이기도 하고 정부에서도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우리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외동포청이 재외동포들의 복지 등을 챙기는 역할을 넘어 한국의 인구위기 해결에 일조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인구감소라는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국내로 이주하고자 하는 재외동포가 있다면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재외동포청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일민족 국가로서 상대적으로 이민자에 대한 거부감이 큰 한국에게 재외동포 역이민은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윤인진 한국이민학회장(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은 "혈통으로는 한 민족이지만 법적으로는 외국인인 동포들이 국내에 체류하는 것은 이민정책의 하나로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동포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동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우리도 필요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으며 비한민족 외국인보다 아무래도 거부감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외동포청이 정책활동을 통해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는 동포들에 대한 반감을 줄이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동포(조선족) 등에 대한 오해가 커져 한국과 동포 모두에게 이롭지 못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교육과 캠페인 등을 통해 바꾸는 정책을 맡는 주무관청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이민청이 세워지더라도 재외동포청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윤 회장은 "앞으로 이민청이 세워지더라도 재외동포청은 (여러 분야에서) 역할분담을 할 수 있다"며 "우리 국민들이 재외동포에 대한 관심도 적고 동포를 제대로 알려는 노력도 없다 보니 한국과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재외동포청 등이) 제대로 된 현황을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재외동포청이 이민청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이민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기관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혈연에 대한 관념이 강한 한국에서 섣불리 이민청을 설립하기 보다는 재외동포청을 통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선별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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