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돈 9억 뜯으려"…사기범 연인 지시에 中여대생 '납치 자작극'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2.10.04 14:22
글자크기
/사진=뉴스1/사진=뉴스1


중국 한 여대생이 자신의 부모를 상대로 납치 자작극을 벌여 우리 돈 약 9억원을 뜯으려 한 혐의로 붙잡혔다.

2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홍콩 대학교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A양(18)의 부모는 딸이 납치됐다며 경찰에 신고를 했다.

부모는 납치범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경찰에 제출했다. 이 영상에서 A양은 고문을 당한 듯 온몸에 피가 묻은 모습이었다.



납치범은 해당 영상을 보내며 몸값으로 500만 홍콩달러(약 9억원)를 요구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양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의 폐쇄회로(CC)TV를 확보했다. 경찰은 CCTV에서 A양이 납치된 날 오전 마지막으로 한 호텔을 나서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후 A양의 행방을 찾지 못하다가 하루 뒤인 10월1일 오후 A양이 이 호텔에 다시 나타나면서 경찰이 A양을 붙잡게 됐다. 영상과 달리 A양은 다친 곳 없이 멀쩡한 모습이었다.

A양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B씨와 함께 자작극을 벌인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앞서 지난 8월 A양은 온라인에서 우연히 B씨를 알게 됐다. 사기꾼인 B씨는 경찰을 사칭한 채 A양에게 접근해 "범죄에 연루돼 고발을 당한 상태이니 20만 홍콩달러(약 3600만원)를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A양은 B씨의 말을 믿고 이 돈을 건넸다. 입금이 끝난 후에도 A양은 B씨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하고 B씨와 연락을 이어갔다. 결국 B씨는 A양에게 신뢰를 얻었고 두 사람은 온라인에서 연인 관계로 발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지난달 말 B씨는 A양에게 또다시 10만 홍콩달러(약 1800만원)를 요구했다. A양은 이번에도 속아 넘어가 입금을 하려고 했지만 사기 거래를 의심한 은행 직원에게 제지를 당했다. 경찰에게까지 사기 의심 거래로 경고를 받자 B씨는 방법을 바꿔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에 A양에게 납치를 당한 것처럼 꾸며 영상을 만들도록 지시하고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말고 숨어 있을 것을 명령했다.

사건에 대해 잘 아는 한 관계자는 SCMP에 "납치범이 보낸 영상에서 혈흔 같은 무언가가 A양의 머리부터 다리까지 흩뿌려져 있었다"며 "영상에서도 피가 가짜처럼 보였는데 실제 케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