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위기, 가스 사용 더 줄여라"…유럽에 날아든 경고장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2.10.04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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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블룸버그/사진=블룸버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럽연합(EU)이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으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하며 올 겨울철 가스 사용량을 예년보다 10% 넘게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파리에 기반은 둔 IEA는 이날 공개한 분기별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가스관 운영 중단으로 유럽은 올겨울 가스 공급에 '전례 없는 위험'에 직면했다"며 "EU는 러시아의 완전 차단에 대비해 겨울철 천연가스 사용량을 13%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선 가정 내 보일러 온도 조정 등 일반 소비자들도 사용량 감축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는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에 대응하고자 오는 12월부터 내년 3월 말까지 회원국별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피크 시간대에 5%씩 의무적으로 전기 사용량을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또 회원국들이 자발적으로 10%까지 전력 소비를 줄이기로 했다. 또한 EU 측은 천연가스 저장률이 앞서 제시했던 목표치 80%를 넘어선 88%에 달했다며 겨울철 대응 준비를 마쳤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IEA 보고서는 "러시아의 가스 차단 대응 시나리오에서 유럽의 가스 저장고는 90%가량 채워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는 11월 가스 수요 감소 없이 러시아의 공급이 완전히 끊길 경우 내년 2월 EU의 가스 저장률은 20%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다. 이는 높은 수준의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이 있는 것을 가정한 것"이라며 "만약 (지금보다) 낮은 수준의 LNG 공급이 이뤄지면 저장률은 5%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유럽을 향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은 일부 가스관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거쳐 슬로바키아로 향하는 가스관과 튀르키예(터키)를 통해 흑해를 건너 불가리아로 가는 가스관은 아직 가동 중이다. 그러나 러시아 국영 에너지 공급업체 가스프롬이 정기 점검, 서방 제재 등 갖은 이유로 독일, 폴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등 EU 주요국을 향한 가스관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가동 중인 가스관에서의 공급도 조만간 중단돼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완전히 차단될 거란 우려가 높다.

이에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 공급 부족분을 LNG 수입으로 대응하고 있다. IEA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유럽의 LNG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65% 급증했고, 올해 전체 수입량은 세계 LNG 수출 능력 증설량의 2배 이상 수준인 600억 입방미터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한편 IEA는 유럽의 LNG 수입량 급증이 국제 LNG 무역 시장 내 수급 불균형을 촉발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아시아 국가의 에너지 위기 가능성도 언급했다.


IEA 에너지 시장 및 개발 책임자인 케이스케 사다모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유럽행 가스 공급 축소는 유럽뿐만 아니라 신흥 및 개발도상국에서 소비자, 기업 및 전체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며 "가스 시장 전망은 여전히 흐리다. 2023년까지 가스 시장의 긴장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발전용 LNG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LNG 공급 차질 관련 비상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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