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대표적인 경우가 3년마다 정부가 나서 우리나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하 카드수수료율)을 결정하는 정책이다. 신용카드업은 카드 한 장을 매개로 카드사의 지급보증을 받아 물건값을 치르는 일종의 플랫폼산업이다.
그럼에도 카드수수료율은 직접 만진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카드수수료율 산정에 정부가 직접 관여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대개 시장에서 결정하도록 둔다.
이후 최고 4.5%였던 카드수수료율은 현재 96%의 가맹점들이 1.5~0.5%만 적용 받는다. 이로 인해 카드사가 본업인 신용판매(신판)에서 도저히 돈을 벌 수 없는 이상한 산업 구조가 만들어졌다. 결제부문 손실을 만회하고자 비용절감 차원에서 마케팅비도 꾸준히 줄었다. 결과는 소비자 혜택이 풍성했던 이른바 '혜자카드'의 단종이었다. 정부 규제에 따른 수수료율 부담을 소비자들이 십시일반 나눠 낸 셈이다.
지난 주 여당인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손해보험사들이 떼돈을 벌고 있으니 고환율·고물가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부담이 경감될 수 있도록 자동차보험료의 대폭인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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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은 차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이다. 손보사들이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고 맞다. 그래도 보험료 결정 원칙은 시장의 몫이다.
안그래도 자동차보험은 금융당국의 강한 입김을 받는다. 그래서 올해 초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1.2~1.4% 내렸다. 한 차례 더 보험료를 인하해 달라는 요청은 금융당국에서 먼저 나왔다. 주장도 정치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돈을 벌었으니 내리라는 얘기다.
손보사들은 한 해 두 차례 인하 사례는 없다며 버티는 중이다. 여기에 정부 여당 정책위의장까지 나섰으니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15년전 카드수수료율 규제 당시 팔비틀기와 상황이 오버랩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2007년 카드수수료율을 규제하기로 한 주요 정책결정자들은 지금 그 자리에 없다. 잘못된 단추 채우기의 피해는 업계와 소비자가 고스란히 나눠 맞았다. 당장의 이익이나 임기응변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정책결정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