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가을과 한일 정상[우보세]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22.09.19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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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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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뉴욕 유엔본부, 유엔 긴급 특별 총회. 2022.3.4. (C) AFP=뉴스1 (뉴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뉴욕 유엔본부, 유엔 긴급 특별 총회. 2022.3.4. (C) AFP=뉴스1


해마다 9월 미국 뉴욕은 국제행사를 치르느라 들썩인다. 유엔(UN) 정기총회다. 이번주 총회는 오프라인(직접 대면)으로 3년만이어서 더욱 뜻깊다. 2020년부터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은 탓이다. 우리가 이 총회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더 있다. 한일 정상이 자연스레 한 도시에 머물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은 해묵어 꼬인 매듭을 잘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있다. 2015년 한일 정부는 이른바 '위안부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그는 집권 2년째이던 2018년 9월25일 뉴욕에서 고(故) 아베 신조 당시 총리와 회담했다. 한국정부는 2015년 합의의 결과로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의 활동정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한달 뒤인 10월30일 대법원은 일제시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관련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한일관계 악화의 결정타가 된다. 정부는 이내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했다.

일본은 다음해인 2019년 7월 반도체 생산공정 핵심소재를 한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틀어막았다. 한국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라는 정면승부로 맞섰다. 한일 관계는 '신냉전'으로 불릴만큼 나빠졌다. 두 달 뒤 언제나처럼 뉴욕은 유엔총회를 열었지만 한일 정상은 만날 수 없었다.



두 달 후 11월 태국 방콕. 아세안-APEC 정상회의가 다시 한 번 한일 정상을 불러모았다. 이번에도 회담은 못 했다. 그나마 정상급 여럿이 모인 환담장에서 한국 대통령은 일본 총리에게 '대화'를 즉석 제의했다. 11분간 두 정상은 소파에 마주앉아 관계회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눴다.

그해 크리스마스 이브 중국 청두에 모인 한일 정상은 정상회담을 하긴 했지만 상황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무엇보다 징용배상 판결의 후속조치에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관계를 개선하기란 말 앞에 마차를 놓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 후 2년 9개월간 한일 정상은 양자 회담 기회가 없었다. 올해 6월 한미일 3국 정상회담서 마주한 정도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뉴욕의 가을'은 또 한 번 한일 정상에게 손짓했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가 어떤 형식으로 만날 지 18일 현재 예단할 순 없다. 두 정상의 체류기간은 짧고, 여건은 녹록지 않다. 큰 기대는 무리라는 시선도 있다.


그럼에도 양 정상이 '실마리'를 잡길 기대한다. 유엔총회같은 다자외교 행사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특별한 '계기'로도 의미있다. 총회를 기회 삼아 그동안 만나기 어려웠던 세계정상들이 한 곳에 집결한다.

대통령실은 "자유연대, 경제안보, 기여외교"를 이번 해외순방 키워드로 제시했다. 미국 인플레감축법(IRA)에 따른 우리나라 자동차업계의 타격을 예방하고 국제공조로 북한의 핵도발을 막아야 하는 등 층층이 쌓인 외교과제도 적잖다. 한일 관계를 포함, 이런 실타래들을 뉴욕에서 잘 풀어주길 소망한다.
뉴욕의 가을과 한일 정상[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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