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5.7% 상승하며 7개월 만에 처음 오름폭이 둔화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 추세가 꺾였다"면서도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양상, 국제유가 추이, 기상 여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유가 하락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다. 지난 8월 29일 두바이유 가격이 다시 101.86달러까지 뛰는 등 국제유가가 최근 다시 불안한 모습이란 점에서다. 원유 최대 수출국이자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원유 감산 가능성을 언급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겨울을 앞둔 북반구의 에너지 수요 증가로 향후 국제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29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시내 153개 전통시장에서 제수용품과 농수축산물을 최대 3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추석 명절 특별이벤트'를 펼친다.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온누리상품권과 경품 등을 증정한다.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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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중국 상대 수출 실적이 좋지 않다"며 "달러화 수급 문제 등이 환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결국 물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의 피크아웃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도 무관치 않다. 한은이 8월 물가 상승률을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평가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가 예고한 0.25%p씩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그러나 만약 9월 이후 물가 오름폭이 다시 예상보다 커진다면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한층 빨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 추세가 꺾였다고 볼 수 있지만 상승 압력은 여전하다"며 "경기 부진에 대한 부담 때문에 강하게 통화정책을 펼칠 수 없기 때문에 내년에도 물가 상승 압력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대학의 김정식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물가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올해 대비 내년 물가상승률은 3%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원/달러 환율, 국제유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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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5.7%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3.6%를 기록한 이후 △2월 3.7% △3월 4.1% △4월 4.8 △ 5월 5.4% △6월 6.0% △7월 6.3%로 줄곧 커지다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오름폭이 줄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달 물가는 농산물·개인서비스·가공식품 등에서 높은 상승세를 지속한 가운데 석유류 가격 상승폭은 다소 줄어들면서 전년동월 대비 5.7%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물가상승분 5.7%를 품목별 기여도 별로 뜯어보면 △공업제품(석유류·가공식품) 2.44%포인트(p) △개인서비스(외식 등) 1.88%포인트 △농축수산물 0.65%포인트 △전기·가스·수도 0.49%포인트 등 순으로 높았다.
(서울=뉴스1) 포토공용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고랭지 배추밭을 방문해 배추 생육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2.8.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비스 품목 가운데 개인서비스 가격은 전년동월 대비 6.1% 오르며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 가운데 외식 품목의 가격 상승률은 8.8%로 1992년 10월(8.8%) 이후 최고치였다. 구체적으로 갈비탕(13.0%), 자장면(12.3%), 김밥(12.2%), 치킨(11.4%), 떡볶이(10.7%) 등의 가격이 뛰어오른 영향이다.
공업제품 가격은 석유제품을 중심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제품 가격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19.7%로 유종별로는 등유(73.4%), 경유(30.4%), 휘발유(8.5%) 순으로 크게 올랐다. 7월(35.1%)에 비해선 상승폭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석유제품 가격은 올해 2월 19.4%에서 3월 31.2%로 뛰어오른 이후 7월까지 30%대 상승률을 유지해왔다. 최근 석유제품 가격의 안정세는 전 세계적인 통화 긴축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로 국제유가가 하락한 가운데 국내 유류세 인하폭도 확대(30%→37%)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공업제품에 속하는 가공식품은 8.4% 올라 7월(8.2%)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구체적으로 식용유(47.1%), 국수(35.2%), 밀가루(35.1%) 등의 가격이 크게 치솟았다.
정부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부 비축물량 등을 통해 물가안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2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명절 성수기 수요 확대와 향후 국제 원자재 가격의 향방 등 잠재된 물가 불안 요인에 대해서도 모니터링하겠다"며 "배추·무, 양파·마늘, 감자 등 전년 대비 가격이 높은 품목에 대해 정부 비축물량을 활용, 추석 직전까지 약 4000톤 규모의 공급을 추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한국물가정보가 추석 차례상 품목 구입비용(4인 기준)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에서는 30만원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추석 때 필요비용인 2만6500원과 비교해 10%가량 더 높다. 24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2.8.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