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불나면 어디로? 대답못하니 벤츠가 계약을 끊었다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2.08.23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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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관리강화 대응위한 지상좌담회]

글로벌 공급망 관리 대응을 위한 지상좌담회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글로벌 공급망 관리 대응을 위한 지상좌담회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U(유럽연합)의 공급망 실사 의무화 지침 발표,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제정 추진 등 선진국 중심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리가 강화되는 추세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중소기업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8일 '글로벌 공급망 관리 강화 대응을 위한 지상좌담회'를 열었다. 업계와 전문가, 정부를 대표한 참석자들은 글로벌 공급망 강화동향,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대응방안, 정부지원책 등을 논의했다.



ESG에 대한 국내 중소기업들의 인식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까지는 실효성을 못 느낀 채 꼭 지켜야 하는 '귀찮은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잘 지키면 기업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꼭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만 기존에 없던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여러 비용이 커진다. 이 부분이 기업들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날 좌담회에는 업계를 대표해 신용문 중소기업 탄소중립 ESG위원회 위원장(금형조합 이사장),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이 참석했다. 전문가 그룹으로는 문두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중소기업 학회장), 김동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ESG경영연구소장이, 정부를 대표해서는 오지영 중소벤처기업부 미래산업전략팀장이 참석했다.



글로벌 공급망 관리 대응을 위한 지상좌담회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글로벌 공급망 관리 대응을 위한 지상좌담회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글로벌 공급망 ESG 최신 동향과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미칠 영향은.

▷문두철 교수=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온실가스배출, 기후변화 관련 정보 의무공시 표준화를 제안했다. 국제지속가능위원회는 ESG 일반공시 원칙 IFRS(국제회계기준) 기후관련 원칙 공개초안을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공급망 실사지침안을 공개했다.

이같은 제안들이 확정되면 기업들은 단계별로 온실가스배출을 요구받게 된다. 중소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EU 실사법은 환경부문을 넘어 인권, 노동자 권리 등 사회 측면에서의 ESG 강화도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행정비용이 증가하고 소송노출 등 위험관리 부담이 높아질 것이다.


▷김동수 소장=신용평가사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ESG 신용평가를 시작했다. 금융서비스 내 중소기업이 ESG에 편입되고 있다.

▷오지영 팀장=얼마 전 금융위원회 관련 회의에 다녀왔는데 느끼는 바가 비슷하다. 중소기업에 대한 ESG 적용을 주요항목으로 한정하자는 의견을 내고 왔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여러 평가 기준을 발표하려고 하지만 사례가 없어 모호하다. 실제 기업에 적용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ESG 관리 강화가 중소기업들에 줄 수 있는 영향은 실사, 인증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국내 기업들이 해본 적 없고 정부가 지원해본 적도 없다. 올해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재정당국과 협의중이다. 지난해까지는 ESG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인식을 끌어올리는게 주요 목표였다면 올해는 글로벌 공급망 관련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실질적 지원을 생각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관리 대응을 위한 지상좌담회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글로벌 공급망 관리 대응을 위한 지상좌담회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국내 중소기업들은 현재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은.

▷양찬회 본부장=공급망 실사가 강화되면 납품업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 같다. 대응이 필요하다. ESG 평가를 요구받는 기업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의 자발적 개선역량은 부족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사 간 상생협력을 통해 ESG에 대응해야 한다. 의무를 부여하고 지키지 않을 경우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이 아니라 교육과 컨설팅을 지원하고 잘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중요하다. 대-중소기업 간 생태계 자체가 ESG에 적응해야 한다.

▷신용문 위원장=제가 운영하는 회사는 자동차외판 금형을 만들어 유럽지역에 납품하는 수출업체다. 2~3년 전부터 에코바디스(글로벌 ESG 평가로 활용되고 있는 평가기준) 얘기가 많이 들린다.

에코바디스 52점을 넘겨야 벤더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ESG 강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만 평가하다가 환경, 안전, 지배구조, 윤리경영까지 평가한다.

공장에 실사를 나와서 불났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를 묻더라. 그 기준이 없어서 독일 벤츠사에서 거절당했다. 다른 기술에선 문제가 없었는데 자존심이 상했다. 우리 생각과 유럽이 다르구나 느꼈다. 미국, 유럽에 수출하다보니 중소기업이지만 그런 쪽으로도 이해하고 있고 실질적으로 요청받고 있다.

중소기업 대부분은 ESG에 관심이 없을 것이다. 돈 문제다. 컨설팅, 평가, 환경개선 비용 모두 돈이 든다. 중기부 정책자금을 얻어오는 것도 네트워킹이 약해서 잘 못한다. 담당할 인력과 조직이 없는 것도 문제다. 저희 회사도 2명을 ESG 담당을 뒀는데 겸직이다. 90%는 사실상 다른 일을 한다.
글로벌 공급망 관리 대응을 위한 지상좌담회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글로벌 공급망 관리 대응을 위한 지상좌담회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김 소장=은행 등 금융사들은 ESG 관련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에 대해 이자를 올리고 잘지키면 낮추는 식으로 손해 안보고 ESG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

현재 패널티 체계의 ESG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인센티브 체계로 바꿔야 한다. ESG를 잘하는 기업에 이자율을 낮춰서 해보자는 사례가 나와야 한다.

기업 입장에선 인센티브일 때 단계적으로 조금씩 한다. 반대로 위험요인으로 인식하면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을 때 하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다.

▷신 위원장=중소기업 대부분 오너십 경영을 하고 있다. 이사회 이런 것도 없다. ESG 중 'G'에 걸린다. 한국 중소기업은 구조적으로 어렵게 돼 있다. 공급망 실사 기준을 못지키면 벤더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

자금 조달도 문제다. 은행 금융권에서 ESG 평가를 요청한다. 대출 이자 불이익을 분명히 받을 것이다. 기관투자자 등에서 투자를 받을 때도 ESG가 중요해졌다. ESG는 앞으로 국내 중소기업들에게도 필수적 성장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다. 수출 주도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큰 에로사항은 '돈'이다.

글로벌 공급망 관리 대응을 위한 지상좌담회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글로벌 공급망 관리 대응을 위한 지상좌담회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정부 지원책은.

▷오 팀장=설문조사 결과 지난해에는 ESG를 아예 모른다는 기업이 22~23%였는데 올해는 12%로 줄었다. 나아지곤 있다. 인식 수준이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ESG를 하는 이유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많았다. 올해는 자금조달을 위해서라는 답변 비중이 높아졌다.

업종별 편차도 크게 있었다. 업종 단위에서 ESG를 교육하고 정보를 나누려는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9월부터 중소기업 대상 글로벌 ESG 동향 설명회를 지역별로 돌면서 진행할 계획이다. 민간 차원에서 같은 업종 기업들끼리 협동조합처럼 ESG 차원의 모임을 활성화하고 교류하는 장이 만들어지면 그에 대한 지원을 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관리 대응을 위한 지상좌담회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글로벌 공급망 관리 대응을 위한 지상좌담회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국내 중소기업들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어떤 지원·정책이 필요할까.

▷신 위원장=정책과 제도를 구분해서 지원했으면 좋겠다. 교육과 컨설팅도 필요하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협력네트워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부터 협력받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에서 ESG 관련 세액공제를 받고 있는데 아주 적다. 관련 세액공제 확대가 필요하다.

▷김 소장=세액공제를 요구할 때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국가 전체 감축목표에 도움이 되니 공제해달라는 등 논리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신 위원장='ESG 전용기금'을 만들면 어떨까. 별도정책자금을 만들면 확산이 빠를 것 같다. 아울러 더 많은 정보교육과 사례발표가 생기면 중기 입장에서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중앙정부도 중요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탄소 국경세도 큰 문제다. FTA의 경우 통상 피해를 구제해주기 위한 제도가 무역조정제도가 있다. 탄소중립 피해까지 넣어서 무역조정지원제도에 넣어줬으면 한다.

▷김 소장=탄소국경조정세를 적용받아 피해입는 기업들에 대한 구제방안 고민이 많다. 재무에 직접 영향을 줘 원가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양 본부장=최근 경영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경쟁력있는 공급망 구축을 위해 대기업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대기업에서도 ESG가 일방적 평가가 아닌 상생협력으로 인식하고 상호 역량을 강화,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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