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한국은 포기할 수 없는 나라다.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한 공격과 방어에서 한국이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어서다.
이를 위해서는 제조 기반이 절실하다.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반도체는 자동차, 컴퓨터, 가전제품 등 일상적인 제품뿐 아니라 양자컴퓨팅,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전투기 등 다른 핵심 기술들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필수재가 됐다. 최근 전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로 산업 전반에 비상이 걸렸고, 미국은 이제 '반도체'를 안보 차원에서 보기 시작했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인 기자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1990년 37%에서 2020년 12%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점유율은 거의 제로(0%)에서 15%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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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한 발 더 나아가 반도체 산업을 중국 압박의 한 수단으로 삼을 태세다. 미국, 한국, 일본, 대만 4개국간의 반도체 동맹 성격의 '칩4'를 통해서다. 향후 투자 및 기술개발 방향을 이끌어, 중국의 도전을 막아내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5월 역시 미국 주도로 출범한 IPEF도 지역 내 중국의 영향력에 대항하고, 미국의 힘을 다시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인도 등 지역 강국들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에서 새로운 무역 규칙을 세우고, 궁극적으로 미국의 경제 리더십을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외교장관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외교부 제공) 2022.8.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을 혼내겠다면서도 2020년 미국의 대중 기술 수출 승인 건수가 2652건으로, 전체 기술 수출 중 94%에 달한 건 글로벌 공급망 생태계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러나 칩4에 이르러 중국은 신경을 곤두세운다. 얼마전 박진 외교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왕이 외교부장이 '칩4' 관련, "윈-윈을 견지해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해야 한다"며 중국의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때처럼 한한령으로 보복을 하기도 여의치 않다. 보복과 보복이 거듭 되다보면 중국 산업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빠질 위험이 크다.
미국에 산업 생태계 사활을 맡기게 된 중국은 반도체 굴기에 더 매달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2018년 오는 2025년까지 자체 생산 반도체 비중을 3분의 2 이상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조 2025'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반도체 굴기에 나섰다. 그러나 칩4의 한 축인 일본을 통한 반도체 장비 공급이 여의치 않게 되면 이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중국은 이미 네덜란드 ASML이라는 스캐너 회사 때문에 곤란을 겪은 바 있다.
중국은 칩4에 참여하더라도 중국으로 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며 연일 한국에 호소와 경고를 병행한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사설에서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중 중국·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라며 "이렇게 큰 시장과 단절하는 건 상업적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