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아재의 건강일기] ⑪ 세금, 공원 운동기구로 돌려받자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에디터 2022.07.1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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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한 노인이 공원 운동 기구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한 노인이 공원 운동 기구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수십 년간 한강공원에서 한 일이라곤 자전거 타기와 공원 잔디에서 텐트 치고 치맥을 먹거나 한강을 바라보는 게 전부였다. 그야말로 무위도식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한강공원에 우리 세금이 얼마나, 어떻게 쓰이는지는 1도 관심이 없었다. 세금은 그냥 낼 뿐, 이후는 남의 일처럼 여겼던 지난날들. 그런 한심하고 무관심했던 나의 철학에 자극을 준 건 건강이었다.

건강이 갑자기 안 좋아져 금연→식이요법→운동으로 단계별 행동 사항을 이행하면서 제대로 눈을 뜨고 관찰하게 된 것이 각종 공원에 비치된 운동 시설 기구다.



그동안 한강공원은 물론이고 동네 뒷산을 다니거나 작은 공원을 지나치다 한사코 마주하는 이 기구들은 60대 이상 노년을 위한 시설이라고만 여겼다. 50대까지는 적어도 괜찮은 피트니스 센터에서 기름칠한 최신식 운동기구와 함께 '보람찬 시간'을 보내는 게 나름의 상식이라고 믿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원 기구들은 대충 봐서는 강도 높은 운동기구들이 거의 없는 듯했고, 기구도 낡은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값비싼 돈을 들여 다닌 피트니스 센터에서 좋은 운동기구를 원 없이 써보는 것도 아니다. 운동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제 식대로의 편향이 빚은 습관일 뿐이다. 수백 대 기구가 있어도 다루는 기구는 고작 5개 안팎이다. 그런 면에서 한강공원에 있는 기구들은 필요한 것만 비치된 알찬 구성품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단순 무식해 보이긴 했지만 근육에 필요한 운동은 너끈히 해결할 수 있다.



홍제천 앞에 마련된 치닝디핑 기구. 이를 이용해 근력 운동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사진=김고금평 기자홍제천 앞에 마련된 치닝디핑 기구. 이를 이용해 근력 운동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홍제천에서 한강공원으로 이어지는 천변에는 곳곳에 운동기구들이 배치돼 있다. 공간에 따라 3, 4개 정도만 설치된 기구들이 있는가 하면, 헬스장을 방불케 할 만큼 수십 개가 가지런히 구비된 기구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양화대교 바로 밑에 설치된 기구들은 '헬스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곳에는 프로를 방불케하는 10~60대 운동 마니아들이 모이기로 유명하다)

푸시업(팔굽혀펴기), 풀업(턱걸이), 평행봉 위주로 하는 나에게는 한강공원 기구만큼 훌륭한 '물건'들이 없었다. 평행봉의 경우 되레 헬스장에선 찾기 어려운 기구다. 모든 근육 운동 중 단 하나만 해야 한다면 '턱걸이'라고 꼽는 이들이 많은데, 공원 어딜 가나 이 기구는 필수품처럼 준비됐다.

그렇게 하나씩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집에서 코앞 거리에 있는 홍제천 입구에 마련된 치닝디핑(주로 턱걸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가성비 높은 웨이트 기구)은 근력운동에 최적화된 기구다. 유산소 운동을 하기 전 거쳐야 할 무산소 운동 기구로 손색이 없다.
1km쯤 지나면 배트민턴장 3곳과 족구장 2곳, 농구장 2곳이 마련돼 공놀이에도 쾌적한 환경이 제공된다. 한강공원에 이르기 전까지 턱걸이 기구가 곳곳에 설치돼 필요한 무산소 운동을 쉴 틈 없이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홍제천 입구에서 무산소 운동을 끝내고 3km(반환점 포함)를 뛰는 유산소 운동을 위해 무릎 관절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마치 러너를 위해 마련된 것처럼 바닥은 어린이놀이터에서 볼 법한 탄성고무칩 같은 재료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바닥이 푹신해 굳이 비싼 러닝화를 고집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도 '우리 집' 앞 천변은 행운의 동전 같다. 천변 위를 지나가는 내부순환로 덕분에 비나 눈, 때로는 강력한 햇빛을 피할 수 있다.

헬스장을 방불케 하는 큰 규모의 한강 공원(양화대교) 운동 기구. 이곳에는 1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와 상관없는 마니아들이 자주 찾는다.  /사진=김고금평 기자헬스장을 방불케 하는 큰 규모의 한강 공원(양화대교) 운동 기구. 이곳에는 1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와 상관없는 마니아들이 자주 찾는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매일 조금씩 천변 운동기구를 이용하고 걷거나 뛰어보면 어디에서도 쉽게 느끼기 어려운 세금 낸 이유를 조금은 찾을 수 있다. 내 건강을 되찾으면서 세금도 돌려받는다는 생각을 피부로 느끼니 먼 산 바라보듯 방관하거나 간과할 필요도 없다. 되레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해 뜨기 전 건강한 공기 마시며 한 번, 뜨거운 태양이 내뿜는 광합성 작용을 위해 두 번, 그리고 해가 진 뒤 밤바람을 가르며 뛰는 가쁜 숨을 위해 세 번 이용하고 싶다. 세금을 절약했다는 나름의 뿌듯한 마음은 덤으로 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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