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에 집중된 마른 비만. /사진=유튜브 캡처
나도 그랬다. 다른 이들의 지적처럼 180-72가 제일 보기 좋고 건강한 모습이라는 인식 때문에 금연하고 살찌우며 생애 최초 70kg 고지를 밟으며 나름 만족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체형과 건강 수치는 제각각이다.
금연 이후 늘어난 몸무게로 '자랑스러운' 70kg대를 얻었지만, 남들처럼 보기 좋은 체형이 아니라 허리와 배에만 몰리는 '올챙이 체형'을 그리고 있었다. 시리즈 첫 회에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던 바다. 사실상 배만 가리면 여전히 마른 체형인 것만은 확실했다. 이 이상적인 180-72의 구도는 그러나 심각한 결과를 남겼다. 여러 차례 언급했듯 LDL 콜레스테롤 수치 180, 당화혈색소 6.9, 공복혈당 109, TG(중성지방) 170으로 약물 치료가 불가피한 수준에 다다랐고 확실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김고금평 기자의 앱 인바디 분석 결과. /사진=김고금평 기자
다만 몸무게를 늘리기 위해 뱃살 대신 근육을 강화하는 데 골몰했다. 하지만 50대 중년 아저씨가 근육을 늘리는 일이 어디 쉬운가. 가만히 있어도 매년 1kg 근육이 빠지는 상황에서 있는 근육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쨌든 식이습관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중요하게 여긴 패턴은 64kg을 지키면서 근육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말라 보여도 나란 사람에게 이 수치는 병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최적의 몸무게라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180-72에서 가장 좋아 보였던 부분은 얼굴 살이 통통하고 윤기가 졸졸 흘러 너무 건강해 보이고(속으로는 썩어들어가는 건강 적신호) '있어' 보인다는 점이었다. 8kg이 빠진 얼굴 살은 '없어' 보이고 안쓰럽기까지 했다. 얼굴만 매끈해 보였던 180-72의 체형은 샤워기 앞에서 여기저기 튀어나온 허리와 뱃살로 얼굴이 화끈거렸다. 살을 빼고 근육을 찌운 뒤 다시 들여다 본 몸은 탄탄해 보였다. 무엇보다 상체와 하체 근육이 보기 좋게 붙었다. 하루 턱걸이 15회, 평행봉 20회, 달리기 3km 완주, 스쿼트 90회에 이르는 반복적인 운동의 결과였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힘들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이 운동에 집착하거나 이 운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다음 3가지다. 첫째는 거울 속에 비친 상체 근육에서 받는 놀라움, 그리고 만졌을 때 굳은살처럼 단단해진 허벅지의 견고함 때문이다. 근육이 가져다주는 각종 혜택(노화 방지, 당뇨 등 성인병 감소, 체력 증가 등)을 내가 실질적으로 맛보고 있다는 만족감은 빵과 아이스크림, 탄수화물을 포기하고 얻는 대가치고는 기대 이상으로 컸다.
/사진=유튜브 캡처
가장 기분 좋은 항목은 신체 나이 25세. 이 앱은 이상적인 체중을 70kg라고 적시했지만, 64kg를 넘어가면서 얻는 결괏값을 보면 신체 나이도 덩달아 올라갔다. 어떤 개인은 정상 체중보다 더 낮아야 더 건강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잔병치레 걱정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운동하고 몸무게를 관리하기 전엔 만성피로는 기본, 무기력은 선택, (목, 무릎) 통증은 필수였다. 우스갯소리 보태 좀 과장해서 말하면 이젠 그런 것의 정의가 무엇인지 인지하기 어렵다. 피부 가려움증이나 비염 같은 알레르기 반응도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 운동 전에도 매일 아침 '1일1똥'의 규칙적인 배변 습관은 지켜졌으나, 가끔 설사를 동반하며 두 번 이상 화장실을 찾아야 하는 때가 적지 않았는데 그런 경우도 대부분 사라졌다. 기억의 밑바닥에서 아른거리는 기타 잔병들은 더 이상 열거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사진=유튜브 캡처
반면, 한국인은 미국인보다 적게 먹어도 인슐린의 작동이 더뎌 당뇨에 더 많이 걸릴 수 있다. 다시 말하면 180-72처럼 정상 체형이어도 췌장 크기로 당뇨에 걸릴 확률이 높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당뇨는 동양인에게 불리한 병인 셈이다. 굳이 비유하면 백인은 피부암에 불리하고 동양인은 당뇨에 불리하다.
당화혈색소 6.9를 한 번 찍었기에 나는 '당뇨인'의 기록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상 체중보다 훨씬 더 낮은 몸무게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이제 6.2의 수치까지 낮출 수 있었다. 어쩌면 나는 평생 남들이 흔히 말하는 180-72의 환상적인 체형을 가지지 못할 수 있다. 내장지방 대신 근육만으로 온전히 채울 자신도 없을뿐더러, 그렇게까지 하며 인생의 다른 재미를 포기하고 육체에 '올인'하는 방식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살 빠진 얼굴이 보기에 좋지 않지만, 옷 속에 숨겨진 일부 단단한 근육에 감사하며 이 체형을 유지하는 해법을 얻었으니,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