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민 가천대 교수
자율규제 분야 법적 전문가인 황성기 한양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자율규제는 민간영역이 규제의 필요성을 자각해 자발적으로 규제하는 경우부터 정부가 민간에 규제의 권한을 형식적으로 위임하는 경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을 수 있다. 자율규제란 민간영역이 전통적 정부영역에 해당하던 규제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정부영역은 이러한 민간영역의 활동과 역할에 대해 협력, 지원함으로써 규제의 합리화 및 효율성을 추구하는 규제방식으로 정의된다. 국내에서는 인터넷상에서 청소년 유해정보나 불법정보 관리, 온라인·모바일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 및 청소년 이용자 보호 분야에서 자율규제가 적용된다.
경제학의 고전연구 중 하나인 호텔링 모델을 이용하면 왜 업계에서 자율규제를 추진하는지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해변에서 아이스크림 사업자 A와 B가 경쟁적으로 장사할 경우 A와 B는 보다 많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경쟁자보다 더 넓은 해변을 확보하고자 하게 된다. 이 경우 해변의 가운데를 향해 위치를 옮기면 가까운 거리의 고객이 더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A, B 모두 해변 한가운데에 나란히 자리잡게 된다.
특히 혁신이 중요한 신산업 분야일수록 경직된 정부 규제보다 시장 및 기술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자율규제가 선호된다. 실제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창업 관련 규제가 강한 나라일수록 1인당 GDP 성장률이 낮다. 과도한 규제로 말미암아 혁신적인 기업가정신이 후퇴하면 신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한 규제업무를 담당하는 정부보다 민간 산업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면 자율규제가 보다 효율적이다. 정보의 공개가 기업의 수익과 직접 관련이 있을 경우 정보의 비대칭성이 높아지게 되며 이 경우 자율규제가 더 효과적인 것이다.
물론 시장지배자가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해 시장경쟁과 산업성장을 저해한다면 당연히 법적 규제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인터넷, 게임산업 분야에서 도입된 여러 법적 규제는 급작스럽게 도입된 경우가 많았고 일단 도입된 규제를 걷어내기는 매우 힘들었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혁신 사업과 스타트업들이 해야 할 역할을 고려한다면 규제는 규제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자율규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