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검찰 '尹사단 특수통' 대거 발탁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2022.05.1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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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사진=뉴시스대검찰청 /사진=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49·사법연수원 27기) 취임 이튿날 이른바 '윤석열 사단' '특수통' 검사들이 검찰 요직에 복귀했다. 한 장관이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에 따른 중대 범죄 공백을 막고 권력형 비리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보조를 맞출 검찰 인사를 대거 기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검 차장검사에는 이원석 제주지검장(53·27기)이 발탁됐다. 이 지검장은 신임 검찰총장이 임명되기 전까지 총장 직무대행을 할 예정이다. 김오수 전 총장이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취지에서 낸 사표가 수리돼 총장 자리가 비어 있다.



이 지검장은 윤석열 라인 '특수통'으로 분류된다. 한 장관의 연수원 동기로,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고검장으로는 김후곤 대구지검장(57·25기)이 전보됐다. 김 지검장은 전국 검사장들의 의견을 모아 검수완박 법안 입법 반대 움직임에 앞장섰다.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인사·예산을 관장하는 핵심 요직인 검찰국장 자리는 신자용 서울고검 송무부장(50·28기)이 차지했다. 신 부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 특검팀에 파견돼 검사인 윤석열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윤 대통령이 총장이던 2019년 하반기에는 전국 최대 수사청인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를 지내기도 했다.



법무부 업무 전반을 관리하는 기획조정실장에는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48·29기)이 올랐다. 권 지청장은 법무부에서 법무심의관실 검사, 법무과장, 검찰과장 등 경력을 쌓았다. 2019년 8월부터 약 1년 간 '윤 총장'의 입인 대검 대변인을 지냈다. 한 장관이 후보자일 때 인사청문회 준비단의 공보팀장을 맡아 한 후보자 의중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평가된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경우, 서울중앙지검장은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52·29)가 맡는다. 송 검사 역시 과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수원지검 특수부장 등을 지낸 특수통이다.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그는 2019년 하반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재직하며 '조국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가 '추미애 법무부'에서 좌천됐다. 향후 산하의 반부패·강력수사부, 공정거래조사부 등을 지휘하며 무게감 있는 사건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검장으로는 특수부 출신 양석조 대전고검 인권보호관(49·29기)이 영전했다. 한 장관 임명과 함께 재설치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이끌며 자본시장교란 사건 수사를 지휘하게 됐다. 서울서부지검장으로는 한석리 법무연수원 진천본원 총괄교수(53·28기)가 임명됐다.한 교수는 윤 대통령이 총장이던 2019년 하반기 서울중앙지검 4차장을 지냈지만 송경호 검사와 같은 때 지방으로 발령됐다. 서울동부지검장은 현재 심우정 검사장(51·26기)이 직을 유지한다.


지난 정부와 보조를 맞췄다는 평을 듣는 검찰 고위 간부들은 좌천을 면치 못했다. 심재철 현 서울남부지검장(53·27기)은 대표적인 한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됐다. 심 지검장은 2020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일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무혐의 처분 검토를 지시했다. 같은 부서 소속의 양석조 신임 남부지검장이 "당신이 검사냐"고 항명을 하기도 했다. 민감 사건 처리를 두고 대립했던 두 사람의 위치가 맞바뀐 것이다.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보고를 수차례 반려한 이성윤 서울고검장(60·23기)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이동하게 됐다. 한 검사장이 채널A 사건 오보 제공자로 지목한 신성식 수원지검장(57·27기)은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윤 총장 징계에 적극 관여한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53·28기)은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발령됐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우선되는 총장 임명은 뒤로 밀렸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를 추리고, 지명된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도 거쳐야 해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는 데까지 통상 1~2개월이 걸린다. 당분간 공석으로 남을 총장 업무는 대검 차장검사가 대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원석 신임 대검 차장이나 김후곤 신임 서울고검장 등이 총장 후보로도 꼽혔는데, 연이은 승진 가도를 밟을 수 있다.

각 지방검찰청 검사장들을 보좌할 차장검사나 휘하 부장검사 등 검찰 중간간부 인사도 큰 규모로 단행될 전망이다. 중요 보직은 30~32기가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창수 대구지검 2차장검사(51·30기) 김태은 대구지검 경주지청장(50·31기), 단성한 청주지검 형사1부장(48·32기), 이정섭 대구지검 형사2부장(51·32기) 등이 주요 보직에 발탁될 것으로 언급된다. 다만 대규모 중간 간부 인사는 신임 검찰총장 임명 뒤에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중간 간부 인사가 소규모로 단행됐는데, 요직인 서울중앙지검 2·3·4차장이 새로운 인사로 채워졌다. 신임 2차장인 박영진 의정부지검 중경단 부장검사(48·31기)는 한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검사장의 채널A 사건 무혐의 처분이 문제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3차장으로 발탁된 박기동 춘천지검 원주지청장(50·30기)는 윤 총장 당시 대검 형사정책담당관을 맡은 '브레인'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안 시행 전후 제도 안착을 위한 실무를 총괄했다. 최근에는 당선인 신분의 윤 대통령 측 요청으로 대통령직인수위에 파견됐다. 4차장인 고형곤 대구지검 포항지청장(52·31기)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조국 수사를 담당하다가 지방으로 좌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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