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랜드가 유럽 수출용 가구형 안마의자 중단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2.05.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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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늘어나는 해외유출 핵심기술 2년새 2배...기술유출 주의보

바디프랜드가 유럽 수출용 가구형 안마의자 중단한 이유는


#.유럽 수출용 가구형 안마의자를 개발하던 바디프랜드는 2019년 돌연 개발 프로젝트를 접었다. 똑같은 기술과 설계, 디자인이 적용된 제품이 중국 자본이 들어간 경쟁사 브랜드로 출시돼서다. 기술유출이 의심됐지만 IPO(기업공개) 실패 등 불리한 여론 환경 때문에 공론화도 하지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했다.

최근 수사당국의 기술유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산업계에 영업비밀 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18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2013년 바디프랜드에 입사해 이사까지 지낸 A씨에 대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A씨가 바디프랜드에 5년간 근무하면서 개발한 기술을 중국 자본이 투입된 회사로 옮겨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바디프랜드가 개발했다 기술유출로 개발을 중단한 안마의자는 유럽에 수출하는 가구 콘셉트의 안마의자다. 달걀 모양의 곡선형 디자인을 적용한 리클라이너 형태다. 국내와 달리 거실 면적이 좁고, 디자인을 중시하는 유럽 이용자의 성향에 맞춰 개발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바디프랜드는 A씨의 기술유출로 프로젝트는 물거품이 됐다. 바디프랜드는 연간 200억원 수준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하고 있다.

수원지방검찰청은 최근 삼성전자의 자회사 세메스에서 개발한 반도체 기술을 빼낸 혐의로 직원 2명과 관계자 2명 등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18년 중국의 한 연구소와 만나 세메스가 개발한 초임계 세정장비를 만들어주겠다며 18억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 또 합작회사를 만들어 장비를 만들어주고 800억원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장비는 반도체 불량률을 낮추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세메스는 이 장비를 삼성전자에만 납품해왔다. 세메스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867억원이다.



이처럼 해외로 국내기업 기술이 유출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특허청으로부터 넘겨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4건이던 적발 기술유출 사례는 지난해 22건으로 늘어났다. 특히 국가핵심기술유출 건수는 같은 기간 5건에서 10건으로 2년간 2배 증가했다. 지난 2월까지 최근 5년간 유출건수는 모두 99건이다. 국정원은 해당 기술이 해외로 넘어갔을 때 약 22조원의 연구개발비와 매출액 손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기업들은 수사기관이 기술유출을 적극적으로 막지 못하면 개발의욕이 상실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술유출 피해기업 관계자는 "기술유출을 증명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고, 상대도 로펌 등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소송하는데 부담이 크다"며 "적극적으로 기술유출의 책임을 묻지 않으면 기술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는 기업일수록 R&D에 자본을 투입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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