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경영' 깨진 아마존…'직원 해고'로 분풀이?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2.05.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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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노조' JFK8 직원 2명 무단결근·실적미달, 고위 관리자 6명 '창고 운영 미흡' 이유로 내보내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아마존이 1994년 설립 이후 30년간 지켜온 무노조 경영이 깨진 것에 대한 분풀이를 '직원 해고'로 표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9일(현지시간) CNBC·엔가젯 등은 아마존이 최근 뉴욕 스테이튼 아일랜드의 주문처리센터 JFK8 창고의 노동조합(노조) 결성에 앞장선 맷 큐직과 트리스탄 더친 등 직원 2명을 해고했다고 보도했다.



해고 통보받은 JFK8 창고 노조직원 쿠식과 더치린에 따르면 사측은 각각 무단결근과 실적 미달성을 해고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해고된 직원들은 이번 해고 통보가 노조 결성 관여에 따른 회사의 보복 조치라고 주장했다.

아마존노조(ALU) 커뮤니케이션 이사인 큐직은 지난 3일 코로나19에 가족들을 돌보기 위해 '코로나 돌봄 휴가(Covid Care Leave)'를 보내는 도중 사측이 자신의 결근을 이유로 해고를 통보했다고 CNBC에 전했다. 그는 앞서 회사 인사팀 직원으로부터 4월 29일까지 (코로나19) 휴가를 사용해도 된다는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아마존 측은 4월 30일 큐직이 사흘 동안 무단 결근을 해 해고 사유가 된다는 메일을 보냈고, 이후 해고를 통보했다.



JFK8 창고에서 주문이 들어온 물건을 분류하거나 담는 패키지 피커(picker)로 1년 동안 근무했던 더친은 지난 7일 교대근무를 마친 뒤 해고됐다. 아마존은 더친이 시간당 수백 개의 패키지를 포장해야 하는 회사의 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을 해고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더친은 CNBC 인터뷰에서 "회사로부터 실적 미달성 경고를 받은 후 추가적인 교육을 받았고, 이후 현장 감독이 (나의) 성과 향상을 축하하기도 했다"며 사측의 해고 사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3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있는 아마존 주문처리센터 JFK8 창고 직원들이 노동조합 설립 찬반 투표에 참여하고자 줄을 서고 있다. /로이터=뉴스13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있는 아마존 주문처리센터 JFK8 창고 직원들이 노동조합 설립 찬반 투표에 참여하고자 줄을 서고 있다. /로이터=뉴스1
CNBC는 이들에 대한 아마존의 해고 처분이 노조 설립 추진 활동에 대한 보복 조치인지는 분명하지는 않다고 했다. 다만 최근 아마존이 JFK8 창고 소속 고위 관리자를 무더기로 해고한 것을 언급하며 이번 해고가 노조 조직화 활동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 5일 JFK8 창고 소속 고위 관리자 최소 6명도 해고했다. 사측은 이들의 창고 운영과 리더십에 대한 평가 결과를 해고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NYT는 이들이 창고 직원들의 노조 결성을 막지 못한 책임 추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고 봤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슬론경영대학원의 톰 코컨 교수는 "(회사가) 노조 설립 활동가들을 해고하는 것은 명백하게 부도덕적이고, 위법이다. 하지만 (위법에 따른) 처벌이 약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노조 활동가를 해고하는 것이) 이득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등장한 역대급 인력난으로 미국 내에선 노조 설립 열풍이 거세진 상태다. 스타벅스·애플 등 주요 대기업은 수십 년간 유지한 무노조 경영이 끝을 맞이하고 있다.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제출된 노조 설립 신청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7% 급증했다.



미 주요 기업들은 사내 노조 열풍을 반(反)노조 선전활동으로 잠재우려 하고 있다. 특히 아마존은 JFK8 창고 맞은 편에 있는 LDJ5 창고(주문분류센터)의 노조 결성 찬반 투표를 앞두고 수백만 달러를 주고 외부 컨설턴트를 고용해 창고 내 노조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반노조 여론을 조성했으며, 노조 결성 투표 결과 62% 반대로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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