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 수소 연설문 들고 스페인 무대 선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2.05.0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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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 수소 연설문 들고 스페인 무대 선다


수소·배터리 소재·재활용 등 삼두마차로 제2 도약기를 만들고 있는 고려아연이 글로벌 무대에서 수소 철학을 공유한다. 오너 3세 경영인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부회장이 적극 나서 '국가 대표' 수소기업으로 발돋움할 전기를 마련해나가는 중이다.

최윤범 부회장, GH2 총회 이사 자격 참여···그린수소 시장 관련 연설
3일 재계에 따르면 최 부회장은 오는 17~1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제 컨벤션 센터에서 스페인 정부와 GH2(Green Hydrogen Organisation) 공동 주최로 열리는 '그린 수소 글로벌 총회 및 전시'(Green Hydrogen Global Assembly & Exhibition)에 참여한다.



최 부회장은 행사 이튿날인 18일에는 '세계 무역을 가능케 하는 방법'을 주제로 그린수소 시장 조성 및 거래의 조건, 그린수소를 운송하는 최적의 수단들에 대해 직접 의견을 공유할 예정이다.

GH2는 지난해 9월, 억만장자이자 호주 대표 철광석 기업 포테스큐메탈스그룹(Fortescue Metal Group·FMG)의 앤드류 포레스트 회장이 설립한 비영리국제단체다. GH2는 지구온난화 억제와 청정연료 개발을 가속화시키는 게 목적으로 2050년까지 전세계 에너지의 25% 이상을 그린수소로 조달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말콤 턴불 전 호주 총리가 GH2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이사진에는 최 부회장 뿐만 아니라 유럽 최대 천연가스 저장시설 운영사 스냄(Snam)의 마르코 알베라 대표, 독일 철강 엔지니어링 기업 티센크루프 그룹의 마르티나 메르츠 대표, 임태원 현대차그룹 부사장 등이 포함돼 있다.

기구 출범을 주도한 인사들이 호주 출신인 것은 호주가 현재 샌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종주국으로 손꼽힌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 법인 EY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재생에너지 국가별 매력 지수에서 호주는 7위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 순위는 21위였다.


호주 클린에너지카운슬(Clean Energy Council)에 따르면 2016년 전체 전력 생산의 17%를 차지하던 재생에너지는 2020년 27.7%까지 늘어났다. 재생에너지 대부분이 풍력, 태양광에서 조달됐는데 이처럼 발달된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기반으로 그린수소 생산에도 열을 올리는 중이다.

이번 GH2 총회에는 그린수소 경제를 가속화하기 위해 정재계 관계자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일 예정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 전략을 논의하는 한편 민간 부문에서의 혁신을 보여주고 그린수소에 관한 세계 표준에 대해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다. 이사진 뿐만 아니라 그린수소에 관심있는 국제연합(UN), 국제에너지기구(IEA), 세계은행, 시민단체 등 관계자들 100여 명이 참석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50년 제련 한우물' 고려아연,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터닝포인트 삼는다
고려아연 호주 아크에너지 풍력발전 전경/사진=머니투데이DB고려아연 호주 아크에너지 풍력발전 전경/사진=머니투데이DB
1974년 설립돼 50년에 가까운 역사동안 비철금속 제련 한 우물을 파며 성장가도를 달려온 고려아연에서 최 부회장이 국제 무대에 직접 올라 그린수소를 설파하는 것은 매우 상징적 장면이다.

고려아연은 영풍 석포제련소를 포함한 아연 생산 점유율이 약 10%로 글로벌 1위다. 명실공히 세계 최고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올라선 데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반세기를 이어갈 신성장 사업도 착실하게 육성중인 셈이다.

실제 고려아연은 올초 신년사를 통해 '신재생 에너지 및 그린수소' '폐기물 리사이클링(재활용)' '이차전지 소재 산업' 등 세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성장해 나가겠다는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 경영을 선포했다.



고려아연은 세 분야 모두 이미 관련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시장을 선도할 역량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최 부회장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선정할 때 우리와 아무런 관계도 없고 접점도 없는 분야를 택해선 안될 것"이라며 "고려아연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시대적 변화에도 부합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이차전지 소재사업은 고려아연의 습식 정제 기술을 바탕으로 황산니켈이나 전구체 제조를 시도중이다. 아연 전해공정에서 쌓은 전해기술을 활용하면 고품질 동박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고려아연은 LG화학과 양극재 핵심소재인 전구체 생산 합작법인(JV) 설립을 준비중이며 업계는 올해 상반기 내 본계약 체결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 폐기물 재활용 사업은 광물에서 자원을 캐내는 기술을 응용한다면 폐배터리에서 재활용할 금속을 추출하는 영역에 있어서도 얼마든지 두각을 드러낼 것이란 판단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2' 행사에서도 이차전지 소재, 재활용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수소사업 확장을 위한 대장정도 이미 시작됐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호주 자회사 '아크에너지'를 통해 호주 신재생에너지 개발전문업체 '에퓨론'(Epuron)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에퓨론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개발, 인허가, 설계·구매·시공(EPC), 운영 등 모든 업무를 망라한다.

수소사업 확장을 결정지은 것은 고려아연이 1996년 호주 현지에 자회사 선메탈을 설립, 운영해온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선메탈은 아연·황산 생산업체로 호주 퀸즐랜드주 내 단일 시설로서는 전력소비가 두 번째로 큰 공장이다. 전력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일조량과 물리적·제도적 인프라 등을 감안했을 때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판단했고 2010년대 들어 직접 발전소를 운영했다.



직접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는데다 전기분해 분야 기술력을 갖춘 만큼 그린수소 사업에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고려아연은 선메탈을 통해 생산된 제품 모두 100% 청정에너지로 생산할 계획도 내놓았다.

한편 코트라는 지난해 9월 '호주 수소 경제 동향 및 우리 기업 협력 방향' 보고서를 발간하고 고려아연에 대해 "중장기 성장 원동력으로 수소분야 강화를 위해 소주 내 자회사 선메탈을 중심으로 현지 아연 생산 뿐만 아니라 수소·신재생에너지 생산을 지원하고 호주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한국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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